‘서브 3’인가요? 이 선수들과 함께 뛰시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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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참가 마스터스 중 1116명… 엘리트 142명 뒤에서 동시 출발
육상연맹, 국내 대회 최초로 도입… “초반엔 에루페와 선두 다툴 수도”

2016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7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케냐의 니컬러스 킵치르치르 보르(24번)를 선두로 엘리트 선수들이 무리를 지어 달리고 있다. 5분 뒤에 출발한 마스터스들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부터 국내 처음으로 두 그룹이 함께 출발하게 돼 엘리트 선수와 마스터스가 기록 경쟁을 하는 진풍경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DB
2016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7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케냐의 니컬러스 킵치르치르 보르(24번)를 선두로 엘리트 선수들이 무리를 지어 달리고 있다. 5분 뒤에 출발한 마스터스들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부터 국내 처음으로 두 그룹이 함께 출발하게 돼 엘리트 선수와 마스터스가 기록 경쟁을 하는 진풍경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DB
마스터스 마라토너가 엘리트 선수를 따라잡는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오픈 방식으로 엘리트와 마스터스가 뒤섞여 출발하는 주요 해외 대회와 달리 엘리트 그룹이 출발한 뒤 일정 시간(5∼10분)이 지나야 마스터스 그룹이 스타트를 했기 때문이다. 번호표에 부착된 칩이 스타트 라인을 지나면 자동으로 계시가 시작돼 기록상으로는 마스터스가 일부 엘리트 선수를 앞서는 경우도 있었지만 출발 자체가 늦어 마스터스 마라토너와 엘리트 선수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경쟁은 있을 수 없었다.

19일 출발 총성을 울리는 2017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8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는 이런 모습이 나올지 모른다. 국내 최초로 엘리트와 마스터스가 동시에 출발한다. 대한육상연맹은 “지난해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이 통합됐다. 마라톤도 엘리트와 마스터스가 함께 가자는 취지다. 서울국제마라톤을 시작으로 앞으로 개최되는 다른 대회에서도 이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는 해외 초청 선수 40명(남 26명, 여 14명)을 포함해 남녀 엘리트 선수 142명이 참가한다. 이들이 기록 순으로 앞에 서고 바로 뒤에 마스터스 그룹이 포진한다. 지난해만 해도 엘리트와 마스터스 사이에는 10m 이상의 간격이 있었다.

모든 마스터스가 그런 기회를 얻는 것은 아니다. 이번 풀코스에 참가하는 마스터스는 총 2만 명이다. 그중 엘리트 그룹과 함께 출발하는 마스터스들은 ‘서브3’(풀코스 기록이 3시간 이내)를 기록한 ‘동아마라톤 명예의 전당’ 회원들이다. ‘동아마라톤 명예의 전당’에는 동아일보가 주최한 마라톤 대회에서 서브3를 기록한 마스터스들이 이름을 올린다. 올해 참가하는 명예의 전당 회원은 전체 3306명 가운데 1116명이다.

명예의 전당 남성 회원 가운데는 2시간 20분대의 최고기록을 가진 이들이 꽤 된다. 반면 국내 엘리트 선수들 중에는 이들보다 기록이 뒤지는 선수도 있다. 육상 관계자는 “마스터스들에게는 새로운 동기 부여의 기회다. 사전 설문조사를 했더니 반응도 아주 좋았다. 마라톤이 직업인 엘리트 선수들은 부담이 크겠지만 최근 주춤하고 있는 마라톤 열기를 되살리는 데도 기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출발 방식이 바뀌면서 일부 마스터스가 초반에 선두권으로 튀어나올 수도 있다. 경기 초반이라면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9·청양군청) 등 세계적 선수들과 나란히 뛰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대회 사무국은 “명예의 전당 회원 대부분은 기록 관리를 하기 때문에 그런 일은 별로 없겠지만 안전을 위해 무리한 레이스는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대회는 채널A가 전국에 생중계한다. 엘리트 선수들은 1번부터 200번대(여자) 번호를 단다. 마스터스는 이름이 더 크게 새겨진 다섯 자리 번호표를 사용한다. 중계를 보다 이름이 눈에 띈다면 엘리트가 아닌 마스터스다. 단, 기록과 관계없이 시상은 엘리트와 마스터스를 구분해서 한다.

엘리트와 마스터스를 가로막던 ‘장벽’이 사라지면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인증한 국내 유일의 골드라벨인 서울국제마라톤은 마스터스들에게 더 매력적인 대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엘리트 선수와 함께 뛰는 기회를 잡기 위한 명예의 전당 입성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까지 ‘SEOUL INTERNATIONAL MARATHON’이었던 영문 명칭은 ‘SEOUL MARATHON’으로 바뀌었다. 각 도시를 대표하는 마라톤은 하나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베를린, 뉴욕, 보스턴, 런던 마라톤 등 주요 국제대회도 도시 이름만 사용한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2017 서울국제마라톤#제87회 동아마라톤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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