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양성평등 현주소는? 첫 실태조사 결과 살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9일 15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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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여성의 날을 맞아 광화문 광장에 모인 여성단체들은 ‘조기퇴근 시위’를 벌였다. 여성의 평균 임금이 남성의 64%에 불과하기 때문에 남성의 3분의 2만 일하고 오후 3시 조기퇴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여성고용과 사회참여에서 남녀 불평등이 여전했다. 하지만 양성평등에 대한 욕구는 남녀에 관계없이 높게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처음 실시한 ‘양성평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전국 4004가구 만 19세 이상 남녀 7399명을 대상으로 2016년 9~10월 실시됐다.

응답자들은 양성평등을 위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로 가사·육아에의 남성 참여 저조(23.4%)를 1순위로 많이 꼽았다. 실제 육아휴직자도 남성의 수가 2012년 1790명에서 2016년 7617명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여성 육아휴직자가 절대다수(8만2179명, 2016년)를 차지하는 등 성편중이 여전했다. 다음으로는 성별 임금격차(22.7%), 대중매체에서의 성차별적 표현(16.4%)이 뒤를 이었는데, 직장 내 성별 직무 분리(49.3%), 성역할 분리(44.3%), 채용 시 남성 선호(38.6%) 등 직장에서 성차별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는 여전한 반면 인식의 변화는 고무적이었다. 젊은 세대일수록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진 비율이 현격히 낮았다. ‘여성은 직장생활보다 육아를 중시해야 한다’ ‘연애는 남성이 주도해야 한다’와 같은 문항에서 29세 이하는 60대 이상 응답자에 비해 최대 40%포인트 이상 낮은 찬성률을 보였다. 특히 ‘남성은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같이 남성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해 여성들이 더 높은 비율로 반대를 표하기도 했다. 응답자 10명 중 8명은 ‘남성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아이를 돌볼 수 있어야 한다’, ‘여성이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답해 남녀의 대표적인 성역할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뀐 것을 볼 수 있었다.

남성의 성차별을 개선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각보다 크게 나타난 점도 눈에 띈다. 남성 응답자 3명 중 1명이 ‘근로 시간을 줄이고 가사·돌봄 시간을 늘리고 싶다’고 답했다. 연애·주택비용 같이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많이 부담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비용에 대해 균등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도 전체의 73.9%에 이르렀다. 가정경제권에 있어 남성의 역할도 많이 줄어 ‘가구 수입을 아내가 모두 관리하고 남편에게 용돈을 준다’는 응답이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여전히 삶의 만족도는 여성이 낮았다. 스트레스나 부정적 감정도 더 많이 느끼고 외모 만족도는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회 불평등의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응답도 84.5%에 달했다. 여성가족부는 이번 조사 내용을 ‘제2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18~2022)’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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