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4대보험 ‘밑빠진 독’… 8년뒤엔 매년 22조 적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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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25년 중기 재정 분석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주요 4대 사회보험의 적자 규모가 8년 뒤에 21조6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사회보험 개혁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고갈 시점은 당초 정부 예상보다도 각각 2년, 8년 앞당겨졌다. 4대 보험 등으로 지출될 금액은 2025년에 145조1000억 원으로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6.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구조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구멍 난 세금을 메워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사회보험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차기 대선에서 표를 의식해야 하는 후보들로선 인기를 얻기 힘든 연금 및 보험 개혁의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저출산-고령화에 바닥나는 사회보험

정부가 7일 내놓은 ‘2016∼2025년 8대 사회보험 중기재정 추계 결과’에 따르면 건보 지출 규모는 2025년 111조6000억 원으로 증가한다. 이는 지난해(52조6000억 원)보다 배가 넘는 수준이다. 1인당 급여비도 180만 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2023년이면 건보 적립액은 바닥을 드러내고 2025년엔 적자폭이 20조1000억 원까지 커진다. 2020년 고갈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경우 2025년 총지출이 10조5000억 원으로 늘어나 2조2000억 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가장 큰 원인은 한국 사회가 빠르게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에 있다. 노인이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의료비 지출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저출산 장기화로 보험료를 낼 젊은 층의 인구는 갈수록 줄어든다. 실제로 건보 급여비를 받아가는 사람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49.3%로 절반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정부가 내놓은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은 가뜩이나 나빠진 재정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저소득층은 덜 내고, 고소득층은 더 내는 개편안이 시행되면 해마다 3조 원가량의 재정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고용보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실업자 증가로 구직급여를 받는 사람과 이들에게 지급되는 수급액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근로자가 늘면서 2025년까지 보험금 지출은 매년 7.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급자 수는 612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81만 명 늘어나고, 1인당 수급액도 229만 원으로 93만 원 증가한다.


지금도 적자를 내고 있는 공무원연금, 군인연금도 2025년까지 적자가 이어져 8년 뒤엔 8대 사회보험 중 5개의 사회보험에서 적자가 나게 된다. 국민 복지의 최후 보루인 공적 사회보험의 적자는 결국 정부 재정건전성 부실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나라살림 전반의 악화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 “국민 부담 늘려야 하는 현실 인정해야”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사회보험 및 연금 개혁에 소극적이다. 개혁의 효과는 수십 년 뒤에야 나타나는 데다 수혜자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도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에 나섰지만 당초 기대했던 수준의 개혁은 이뤄내지 못했다. 군인·사학연금 등의 구조개편은 손도 대지 못했다.

정부는 이번 추계 결과를 근거로 ‘적정 부담, 적정 급여’를 위해 보험료를 올리거나 급여를 줄이는 등 사회보험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측은 “4대 공적연금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선 선제적 재정안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구체적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이 부재하는 현 상황에서 정치적 책임이 뒤따르는 사회보험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문제는 주요 대선 주자들도 표를 얻기 힘든 사회보험 개혁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재정 고갈을 앞당기는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치매 국가책임제,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기초노령연금 급여율 인상,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국민연금 최저연금액 제안 등이 대표적이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누가 차기 정권을 잡든 사회보험이 고갈될 것이라는 현실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국민 부담을 늘리는 게 불가피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 / 김윤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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