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男톡방’ 성희롱 논란 “2년간 여학생 외모·몸매 품평 일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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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3월 6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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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연세대 대자보 일부. 문제가 된 단톡방에서 오간 대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연세대 대자보 일부. 문제가 된 단톡방에서 오간 대화 내용을 담고 있다.
연세대학교 모 학과 특정 학번 남학생들만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같은 학과 여학생들을 성희롱하는 내용의 대화가 오갔다는 주장이 나와 학교 측이 조사에 나섰다. 이 같은 정황을 담은 대화 내용은 6일 교내 대자보를 통해 공개됐다.

이날 연세대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중앙도서관 앞에는 ‘○○학과 ○○학번 남톡방(남자 단체 카카오톡방) 내 성희롱을 고발합니다’라는 익명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에는 “입학 직후인 ○○년 3월 2일 만들어진 해당 단톡방에는 ○○학번의 모든 남학생이 초대돼 있었고, 동기 여학생의 실명을 거론한 성희롱이 2년 이상 지속돼 자행됐다”며 “동기 여학생의 외모와 몸매를 품평하고, 성적인 별명을 만들고, 여학생의 이름으로 성적인 삼행시를 짓는 등 행위가 난무했다”고 적혀 있다.

또 “그뿐만 아니라 미팅, 과 행사 등을 통해 만난 다른 학교와 타과 및 다른 학번 여학생에 대한 성희롱도 일삼았다”고 적혀 있다.

대자보에는 문제의 남학생 단톡방 대화 내용 중 일부가 첨부됐다. “대화 내용 중 극히 일부”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이는 “○○○의 진가는 엉덩이” “유방에 관한 한 ○○○을 따라올 자가 없다” “○○○은 주먹(주면 먹는다) 주절먹(주면 절하고 먹는다) 사이에 있지 않음?” 등 원색적인 표현을 포함했다.

해당 단톡방은 한 남학생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알려졌다. 대자보에는 “한 남학생의 자기반성적 페이스북 글로 우연히 단톡방의 존재가 알려졌다. 주요 발언자들은 증거인멸과 사건 은폐를 지시했다”며 “자보를 쓰기까지 피해 학생들은 피해 사실을 밝히기 위해 더 큰 고통을 감내해야 했음을 밝힌다. 적극적인 학내 성폭력 문제 대처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을 요구한다”고 쓰여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연세대 남학생들이 여학생을 성희롱한 카카오톡 대화내용이 공개돼 논란이 일어났다. 다른 몇몇 유명 대학에서도 잇따라 비슷한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행동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단톡방에 올린 글이라 하더라도 전파 가능성을 고려하면 형법상 모욕죄나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대일 대화에서도 전파 가능성이 있으면 명예훼손 등의 성립을 위해 필요한 공연성이 인정된다는 판례가 있다.

이 대자보는 현재 철거됐다. 학교 측은 공식 절차에 따라 교내 성평등센터에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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