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회사와 ‘썸’을 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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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나 조직을 사랑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책 읽는 고양이·2016년) 》
 
2015년 두산인프라코어는 갓 입사한 신입사원도 희망퇴직 대상으로 분류해 충격을 줬다. 그만큼 한국 경제에 드리운 경기 침체가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준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 ‘약간의 거리를 둔다’에서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회사에 애정 주지 않기’를 제안한다. 회사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예컨대 구조조정의 광풍이 휘몰아쳐도 절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마음을 주면 눈이 멀고, 그 결과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된다고 역설한다. 또 직장인이 ‘퇴로’를 미리 계산해두지 않는 것도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회사에 애정을 쏟다 보면 자신이 회사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망각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자신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는 회사나 조직에 대해 의연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인간은 타인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니까, 그런 부조리한 평가에 시달리지 않겠다고 작정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회사나 조직의 평가 역시 불완전하기 때문에 이에 크게 마음 쓸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저자는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자신만의 기호’를 가질 것을 강조한다. 사람은 자기다울 때 존엄하게 빛나고, 자기가 아닌 누군가나 다른 무엇인가를 흉내 내는 순간 타고난 광채를 상실한다는 것이다. 타인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자신의 삶을 소비하지 말고, 자신만의 꿈과 가치에 맞게 살아갈 용기가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한다.

저자의 제안을 한국의 독자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실업률 3%로 일자리가 넘쳐나는 일본과 달리 취업난이 심각한 한국에서 자신의 꿈과 가치에 꼭 들어맞는 일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다만 ‘자신을 고용해준 회사에 애사심을 가지라는 말 대신 애정을 주지 말라’는 저자의 말이 갖는 속뜻의 엄중함은 되새길 만하다. 특히 구조조정을 인력 감축으로만 이해하는 대한민국 재계 관계자들이 귀 기울여 주길 당부한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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