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연비 좋은 보잉 787-9 띄워 부채비율 낮추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인천공항 격납고서 첫 기자간담회


“제가 여객사업본부장 시절, 기름 많이 먹고 좌석 채우기 힘든 비행기는 정말 보기 싫었거든요. 이번에 들여온 보잉 787-9는 그렇지 않아서 만족스럽습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새로 들여온 항공기인 보잉 787-9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조 사장은 27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격납고에서 열린 보잉 787-9의 공개 행사에서 기내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1월 사장에 취임한 후 언론과 공식적으로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조 사장은 자신의 실무 경험을 언급하며 새 항공기의 장점을 소개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아들인 조 사장으로서는 실무 경험을 토대로 경영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보잉 787-9에 대해 조 사장이 만족감을 표시한 데는 이 항공기의 좌석당 연료 효율이 다른 항공기에 비해 20%가량 좋기 때문이다. 무게가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난 탄소복합소재 비중이 50%에 이르기 때문에 가능했다. 연료 효율이 좋아지면 다양한 노선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잉 787-9는 총 269석으로 이뤄진 중형 항공기다. 300석 이상의 대형 항공기에 비해 크기가 작아 연료를 싣는 데 한계가 있지만 연료 효율이 높아 장거리 노선에 쓰일 수 있다.

대한항공은 보잉 787-9를 캐나다 토론토, 스페인 마드리드 등의 노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 노선들은 장거리이지만 미국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등에 비해 이용 승객이 적은 구간. 즉 대형 항공기를 투입하면 좌석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비효율적이었다. 조 사장은 “중형 항공기이면서 장거리가 가능한 비행기는 보잉 787-9가 처음”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한항공은 2019년까지 787-9 10대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이 최신식 항공기 투자에 적극적인 것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1200%에 육박하는 높은 부채 비율 때문이다.

조 사장은 “많은 돈을 벌어서 빚도 빨리 갚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항공기를 투입하면 매출이 바로 발생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과감한 투자로 글로벌 항공 시장을 선도해야 재무 상태도 나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조 사장은 “고객의 행복과 주주 가치 증대를 최우선 경영 목표로 삼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조 사장은 기내 안전에도 확고한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대한항공 기내에서 난동이 발생했을 때 승무원들이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조 사장은 “기내 난동에 대해 앞으로는 승무원이 즉각적으로 테이저건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 “과거에는 강력히 대응하는 것에 대해 승무원들이 부담을 가지기도 했는데, 승무원의 대처로 인해 법적 공방 등이 발생한다면 회사가 전적으로 책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내 안전 강화와 함께 조 사장의 또 다른 핵심 전략은 기술력 강화다. 대한항공은 글로벌 항공사 중에서는 드물게 항공기 부품을 직접 제작한다. 이번에 사들인 보잉 787-9에도 대한항공이 만든 부품 6개가 쓰였다. 조 사장은 “보잉사가 다른 항공기를 개발할 때는 대한항공을 더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며 웃기도 했다. 항공기를 운항하는 회사로서 항공기 생산에 참여하면 보다 시장성 좋은 부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조 사장과 대한항공의 철학이다.

인천=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조원태#부채비율#대한항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