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큰 손’을 잡아라…한정식집-등산로서 5060 공략 마케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7일 15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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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보디가드’가 공연되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 원작 영화가 개봉됐던 1992년 분위기를 연출하는 ‘1일찻집’이 마련됐다. 관람객들이 공연 전 황영조 선수의 1992년 8월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쾌거를 알리는 동아일보 지면과 단성사에서 개봉된 영화 포스터 등을 보며 추억에 잠기고 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뮤지컬 ‘보디가드’가 공연되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 원작 영화가 개봉됐던 1992년 분위기를 연출하는 ‘1일찻집’이 마련됐다. 관람객들이 공연 전 황영조 선수의 1992년 8월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쾌거를 알리는 동아일보 지면과 단성사에서 개봉된 영화 포스터 등을 보며 추억에 잠기고 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어머, 케빈 코스트너다! 진짜 멋있었는데….”

“엊그제 같은데, 세월 정말 빠르다.”

22일 뮤지컬 ‘보디가드’가 공연 중인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의 객석 2층 로비에서 50대 여성 두 명이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1992년 개봉한 영화 ‘보디가드’의 포스터와 그 해 신문기사들이 전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다방커피와 꿀생강차를 무료로 주는 일일찻집이 열리고 있었다. ‘보디가드’ 제작사인 CJ E&M의 박종환 공연홍보팀장은 “50대 이상 관객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행사를 마련했는데 호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5060 관객을 확보하기 위해 공연계가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 30대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들 세대를 적극 공략하고 나선 것이다.

이 날 ‘보디가드’를 보러온 50대 이상 관객들은 다방커피, 생강차를 마시고 옛 신문을 보며 향수에 젖었다. 고교 동창 8명과 함께 온 송재철 씨(65)는 “오랜만에 생강차를 마시니 몸도 마음도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성당 지인 6명과 온 사공애 씨(57)는 “애들 키우느라 눈 돌릴 틈 없이 살았던 때가 떠오른다”며 미소 지었다.

뮤지컬 ‘오!캐롤’ 티저 광고
뮤지컬 ‘오!캐롤’ 티저 광고

팝의 거장 닐 세다카의 ‘One way ticket’, ‘You mean everything to me’ 등 추억의 노래를 엮어 만든 뮤지컬 ‘오!캐롤’(서울 디큐브아트센터)은 LP판으로 가득 찬 레코드 가게를 배경으로 주인공인 남경주가 등장하는 영상 광고를 내보내며 향수를 자극한다. 이달 초 1차 공연을 마친 후 28일부터 2차 공연을 시작하는 이 작품은 동창회, 계모임을 하는 관객을 겨냥해 전화로 예매하면 5~19명은 30%를, 20명 이상은 40%를 각각 할인해준다. 1차 공연 때는 한정식 프랜차이즈 식당에 공연 안내문을 붙이고 추첨을 통해 관람권을 증정했다.

지난달 막을 내린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은 북한산, 관악산, 청계산 등의 입구 18곳에 ‘고 김광석과 그룹 동물원의 실화’라는 안내 문구를 쓴 현수막을 달았다. 홍보담당자는 “50대 이상에서는 오프라인 마케팅과 입소문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과태료를 낼 각오를 하고 이분들이 자주 다니는 등산로를 공략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 관계자는 “2014년에 비해 관객이 3배로 늘었고 객석 대부분을 중장년층이 채웠다”며 “올해 연말 공연도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예술경영센터와 신한카드에 따르면 최근 1년간의 공연 관람객을 분석한 결과 상위 5%의 ‘큰 손’은 30대 초반 여성(8.1%)에 이어 50대 남성(8%)이 뒤를 이었다. 이어 40대 초반 여성(7.8%)과 50대 여성(7.5%) 순이었다. 김현진 예술경영지원센터 정보분석팀장은 “5060세대는 시간은 물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문화생활을 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공연을 관람하는 숫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1회 결제금액도 젊은층보다 많기 때문에 5060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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