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살해 독극물 VX는 어떤 물질? ‘무색 무취 무향’ 자동차 오일같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4일 10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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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작용제 계열…베트남 여성 “손에 기름 같은 걸 묻혀줬다” 증언 일치

김정남을 사망에 이르게 한 물질 중 하나로 드러난 신경가스(VX)는 극소량으로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독성물질이다. AFP, AP 통신 등은 24일 말레이 보건부 화학국이 부검 샘플을 분석한 결과 신경작용제 VX가 사망자(김정남)의 눈과 얼굴에서 검출됐다는 잠정 결론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VX는 호흡기, 직접 섭취, 눈, 피부 등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는 유독물질로 사린가스보다 100배 이상의 독성을 발휘한다. 체내에 흡수되면 신경전달물질의 활성을 저해하고 흥분상태를 지속시켜 신경을 손상시킨 후 사망에 이르게 만든다.



베트남 국적의 도안티흐엉(29)은 말레이시아 경찰 조사에서 “(북한 요원 추정인이) 손에 기름 같은 것을 묻혀줘 김정남 얼굴에 문질렀다”고 말했다. 신경작용제 VX는 점성이 높고 휘발성이 낮다는 것이 특징이다. 자동차 오일과 같은 물성(物性)을 띤다. 무색, 무취, 무향이며 액상이거나 희석해서 에어로졸 형태로 뿌릴 수도 있다.

하지만 손에 이 물질을 발랐던 도안티흐엉은 어떻게 안전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낳고 있다. 일부 서방 전문가들은 도안티흐엉과 다른 용의자 인도네시아 국적 시티 아이샤(25)이 각기 다른 물질을 손에 묻히고 있다가 김정남의 얼굴에 동시에 발라 화학작용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평소에는 안정적인 두 가지 물질이 결합됨으로써 치명적 독성을 갖게 되는 성질을 이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과 나트륨(Na)이 떨어져 있을 때는 안전하지만 결합하면 폭발하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한 사람만으로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면 굳이 2명이 등장할 필요가 없다. 두 여성이 2.33초 동안 김정남 얼굴을 문지른 뒤 서로 각기 다른 방향으로 재빨리 이동한 점도 이상하다. 각자 손에 묻힌 물질이 섞이지 않도록 동선을 달리 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23일 조선법률가위원회 명의의 담화에서 “손에 묻힌 여성은 살고 얼굴에 묻히운(묻은) 사람은 죽는 그런 물질이 어디 있느냐”며 살해에 사용된 물질이 검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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