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이 본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24일 05시 30분


WBC대표팀 양의지. 스포츠동아DB
WBC대표팀 양의지. 스포츠동아DB
프로선수들이 국제대회에 나서기 시작한 1998방콕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은 ‘드림팀’으로 불렸다. 화려했던 드림팀은 시대에 따라 주축들이 변화했다. 그러나 포수만큼은 오랜 시간 정체돼 있었다.

10년 넘게 진갑용과 박경완(이상 은퇴), 조인성(한화) 등이 책임지던 대표팀 안방은 2008베이징올림픽 이후 강민호(롯데)가 백업에서 주전으로 올라서면서 뒤늦게 세대교체를 맞이했다. 강민호의 시대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새 얼굴의 등장은 절실했다. 대표팀의 미래를 위해 그만한 포수가 또 나와 줘야 했다.

‘포스트 강민호’는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등장했다. 당시 백업포수로 뽑힌 양의지(두산)는 대회를 거치면서 강민호 대신 주전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강민호의 등장 이후 처음으로 그가 없이 치르는 국제대회다. 양의지가 프리미어12에 이어 두 대회 연속으로 중책을 맡았다. 강민호라는 존재 없이 그가 주도적으로 대표팀 투수들을 이끌어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사실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양의지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 프리미어12 당시 그의 능력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강민호의 백업포수로 출발한 양의지는 미국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부터, 8강전과 준결승, 결승까지 선발출장하며 당당히 ‘국가대표 주전포수’로 올라섰다.

WBC대표팀 양의지. 스포츠동아DB
WBC대표팀 양의지. 스포츠동아DB

김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강민호를 생각하고 대회에 들어갔는데 중간에 양의지를 쓰고 나서부터 그냥 다 해내더라. 괜히 우승팀 포수가 아니다. 두산이 잘하는 이유가 있다. 대표팀에 온 선수들이 저렇게 잘 할 줄 알았는가”라고 말했다. 당시 대회에서 강민호의 컨디션이 좋지 않자, 김 감독은 대회 도중 과감히 포수를 바꿨고, 이게 적중해 초대 대회 챔피언에 오를 수 있었다.

양의지는 대표팀의 이번 오키나와 캠프에서도 김 감독의 시름을 덜어준 선수 중 한 명이다. 대표팀 타자들 중 요미우리, 요코하마와 연습경기 2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기록한 이는 서건창(넥센)과 양의지 뿐이었다. 모두 강속구 적응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양의지만큼은 배트에 공을 제대로 맞혀내고 있다. 요코하마전에선 바깥쪽 공을 툭 밀어 쳐 우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2점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무심한 듯 타격하는 양의지 특유의 스윙이 벌써부터 빠른 공을 이겨내자,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놀라는 표정이다. 김 감독은 “감이 가장 빨리 올라왔다. 타격도 강민호한테 안 떨어진다. 공수가 완성된 포수”라고 칭찬했다. 그래도 강민호의 합류 불발이 아쉽긴 아쉬운 모양이었다. 그는 “지금 대타감이 없다. 강민호가 있었으면 포수 둘을 이용해 대타를 잘 쓸 수 있었을 텐데…”라며 웃었다.

오키나와(일본)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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