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우병우 불구속 기소 가능성”… 법조계 “면죄부 줄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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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영장기각’ 이후 수사 방향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된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22일 새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의왕=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된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22일 새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의왕=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의 구속영장이 22일 법원에서 기각되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우 전 수석이 국정 농단 사건 은폐와 묵인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보강수사를 거쳐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특검은 수사 기한(1차 2월 28일) 연장이 안 될 경우 물리적으로 기한 내에 보강수사를 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불구속 기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불구속 기소는 면죄부 주는 셈”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건을 종결짓지 않고 검찰로 넘기면 ‘수사하는 사람 따로, 결정하는 사람 따로’인 모양새가 된다는 게 특검이 불구속 기소를 검토하는 논리다.

하지만 특검과 검찰 안팎에서는 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법원이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사실상 ‘수사 부족’을 기각 사유로 들었기 때문이다. 보강 수사 없이 불구속 기소를 할 경우 법원에서 무죄가 날 가능성이 높아 검찰이 보강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법원이 범죄 혐의 입증이 덜 됐다며 영장을 기각했는데, 우 전 수석을 그대로 불구속 기소하면 ‘면죄부’를 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특검은 우 전 수석의 변호사 시절 수임 관련 의혹, 가족 회사 ‘정강’의 수상한 자금 흐름 등 개인 비리 의혹이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사하지 않았다. 따라서 특검이 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하는 대신 검찰이 사건 기록을 넘겨받아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특검의 조사 부족’ 논란

특검은 우 전 수석 구속영장 발부를 확신했다. 국정 농단 사건을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주도했기 때문에 우 전 수석이 이를 사전에 막을 책임이 있었다고 봤다. 민정수석의 기본 역할이기 때문이다. 우 전 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박 대통령과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이 관여했고, 최순실 씨(61·구속 기소)도 깊숙이 개입한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하고 은폐했기 때문에 구속될 만큼 죄가 무거운 것으로 특검은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은 예상을 깨고 우 전 수석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때문에 특검 안팎에서는 “구속영장 발부를 지나치게 낙관해 수사가 미진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청와대 압수수색이 가능했다면 우 전 수석의 혐의 입증이 더 쉬웠을 것”이라며 부족한 수사를 사실상 시인했다.

우 전 수석은 21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윤장석 민정비서관을 비롯해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검사와 검찰 수사관 출신 직원 6명의 자필 진술서를 재판부에 제출해 특검의 공격을 막아냈다. 윤 비서관 등은 진술서에서 “(구속영장 직권남용 혐의에 포함된) 문화체육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 외교부 등 공무원에 대한 감찰은 정상적으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이뤄졌다”며 “우 전 수석이 부당한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윤 비서관 등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부족했다”는 우 전 수석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장관석 기자
#우병우#특검#면죄부#영장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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