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km까지 선두 이채원, 부상에 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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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크로스컨트리 10km 은메달
“발목 통증-감기 고생… 완주 만족”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전설’ 이채원이 21일 열린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크로스컨트리 여자 10km 프리에서 설원을 질주하고 있다. 2011년 알마티 대회에서 한국 크로스컨트리 첫 겨울아시아경기 금메달을 선물했고 전국겨울체육대회에서만 금메달 67개를 획득한 이채원은 이날 30분49초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땄다.삿포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전설’ 이채원이 21일 열린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크로스컨트리 여자 10km 프리에서 설원을 질주하고 있다. 2011년 알마티 대회에서 한국 크로스컨트리 첫 겨울아시아경기 금메달을 선물했고 전국겨울체육대회에서만 금메달 67개를 획득한 이채원은 이날 30분49초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땄다.삿포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삿포로의 눈보라를 뚫고 설원의 10km를 내달린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전설’은 결승선을 통과한 뒤 쓰러졌다. 그는 대회 때마다 각축을 벌였던 라이벌의 기록을 확인하고 아쉬운 표정으로 눈 속에 얼굴을 파묻었다. 하지만 한동안 가쁜 숨을 몰아쉬고는 내년 고향인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겨울올림픽에서 다시 웃겠다며 펄떡 일어났다.

이채원(36·평창군청)이 21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의 시라하타야마 오픈 스타디움에서 열린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크로스컨트리 여자 10km 프리에서 30분49초로 일본의 고바야시 유키(30분24초)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 여자 10km에서 금메달을 딴 이채원은 대회 2연패에는 실패했지만 털고 일어난 뒤 12위를 한 한다솜(23·평창군청)과 16위 최신애(25·경기도체육회) 등 후배들을 다독였다.

7km까지 가장 좋은 기록을 보였던 이채원은 8km부터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졌다. 경기 전부터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4일 평창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크로스컨트리 월드컵에서 무리를 해 양쪽 발목에 통증이 남아 있었다. 코감기도 경기 집중을 방해했다. 이채원은 “다리가 아파 후반부에 스피드를 내지 못하니까 나 자신이 너무 싫고 답답했었다. 남편이 아침에 전화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격려해줬는데 미안하다. 메달 색깔은 아쉽지만 6년 전처럼 완주한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채원은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산 역사다. 1997년 국가대표가 된 뒤 20년째 ‘에이스’ 자리를 지키고 있다. 4남 2녀 중 막내로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난 이채원은 어린 시절 비닐포대에 볏짚을 넣어 눈 쌓인 언덕에서 썰매를 타며 눈과 친숙해졌다. 초등학교 시절 장거리 육상 선수가 돼 기본기를 쌓고 중학교 때 크로스컨트리로 전향해 3년 만에 태극 마크를 달았다. 전국체전대회에서만 금메달 67개를 따냈고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부터 4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다.

이채원은 스키를 세워 놓은 높이보다 키(154cm)가 작지만 크로스컨트리에 대한 애정과 집념에서는 ‘거인’이다. 현재 다섯 살이 된 딸을 임신했을 당시에는 출산 한 달 전까지 임신 사실을 숨기고 경기에 출전했다. 20대 초반 선수들에게 체력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비시즌에는 인라인스케이트, 롤러 스키를 타고 하루 50km 정도 달려야 직성이 풀리는 독종이다. 이재원은 15km 프리 매스스타트와 5km 클래식, 계주에 출전한다.
 
삿포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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