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강성웅]희귀난치성 환자들의 특별한 졸업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강성웅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교수
강성웅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교수
22일 이색적인 졸업식이 열립니다. 졸업생을 호명하면 단상으로 올라가는 대신 수여자가 졸업생 앞으로 다가갑니다. 졸업생은 손을 겨우 움직이거나, 아예 움직이지 못하여 안구 움직임을 이용한 마우스로 소통하는 희귀난치성 신경근육 환자들입니다. 신입생을 위한 입학식도 함께 열립니다. 이들은 선물을 받는 것도 꽃다발을 받는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다가가야 합니다. 학생들이 몸이 불편하니 당연히 다가가야죠.

그러나 단순히 축하의 선물을 주기 위해 다가가는 것이 아닙니다. 사지 마비 상태에서 호흡마저도 약해 매일 일정 시간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이들의 의지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다가서는 것이기도 합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6년 전부터 행해지고 있는 특별한 졸업식, 희망의 입학식 이야기입니다.

숨을 쉰다는 것은 의식도 못 할 만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런 호흡을 매일 고민해야 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근육의 힘이 서서히 약해져가는 희귀난치성 신경근육 질환, 특정 시기에 도달하면 호흡근육도 약해져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만 하는 질환입니다. 우리는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일을, 가장 극복해야 하는 짐으로 지고 매일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분명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비장애인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이룰 수 있는 일을 이뤄냈습니다. 인공호흡기를 매일 사용하는 호흡재활을 받아야만 하는 중증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비장애인도 버거워 할 수 있는 일을 해냈고, 더 나아가 사회에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을 심어주었습니다.

비록 육체적으로는 도움을 받을지 몰라도 우리에게 희망을 품게 하고, 해낼 수 있다는 무한한 가치를 가르쳐 준다는 것을 우리는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환우들이 일반인의 관심에서 벗어나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사회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우리는 보고 느껴야 합니다. 이들처럼 적절한 의료관리가 이루어지고, 경제 사회적인 여건만 어느 정도 갖추어진다면 많은 환자들이 이들처럼 우뚝 설 수 있다는 것을 말이죠.

강성웅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교수
#졸업식#희귀난치성 신경근육 환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