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도 정당도 맥 못추자… 다시 김무성에 쏠린 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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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당 한달, 늪에 빠진 바른정당


조기 대선 정국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바른정당이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수 적자(嫡子)’임을 부각하며 창당한 지 한 달 만에 대선 주자와 당 지지율이 모두 저조한 ‘쌍끌이 위기’에 봉착한 모습이다. 이에 따라 ‘제3지대’ 불씨를 살리기 위해 개헌 당론을 서둘러 채택하고, 당의 간판 격인 김무성 의원을 전략기획본부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활로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일 바른정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는 위기론이 터져 나왔다. 홍문표 최고위원은 “전국 253개 지역구 중 당협위원장이 있는 지역이 60여 곳뿐인데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연 확장이 멈춰 선 상태에서 현역 의원의 지역구 분포만 놓고 ‘전국 정당’이라고 위안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다른 당직자도 중진들을 향해 “당직이 없다고 뒤에 있지 말고 창당할 때처럼 전면에 나서 ‘이슈 파이팅’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실제로 바른정당 지지율은 지난달 24일 창당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날 리얼미터 조사에서 바른정당(5.6%)은 정의당(5.4%)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보수 세력의 기반인 TK(대구경북)에서 바른정당(9.8%)은 국민의당(10.5%)에 뒤져 4위에 그쳤다.

당내에서는 억울해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정병국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강성 보수층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이끌었다며 ‘배신자’라고 하고, 야권 지지층은 ‘새누리당 시즌2’라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혁보수’를 내걸고도 자유한국당과 구별되는 뚜렷한 정책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탓이라는 비판이 많다. 한 중진 의원은 “결국 문제는 선명성”이라며 “탄핵할 때처럼 우리의 스탠스(태도)를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론 터져나온 연석회의 20일 오전 국회에서 바른정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참석자들이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김무성 의원, 정병국 대표.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위기론 터져나온 연석회의 20일 오전 국회에서 바른정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참석자들이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김무성 의원, 정병국 대표.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당의 대선 주자들이 지지율 5%의 벽을 넘지 못하며 당과 주자 간 시너지 효과도 못 내는 형국이다. 한 중진 의원은 “보수층이 보수정권 재창출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 지지를 유보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유승민 의원은 ‘1일 택배기사’ 체험을 했고,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4차 산업혁명 현장을 방문하는 등 매일 일정을 소화하지만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당 내부에선 ‘지도부 교체론’, ‘김무성 재등판론’ 등 각종 대책이 난무하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이날 회의에 참석해 “박 대통령은 대통령답지 않은 행위를 함으로써 국민들을 더 이상 실망시키지 말라”고 경고했다. 탄핵심판 ‘지연작전’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선명성을 강조한 것이다.

또 오신환 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뒤 “전략기획본부를 강화하는 측면에서 선거와 상관없이 김 의원이 함께 참여하는 방안 등을 모두 열어놓고 당의 총력을 모으기로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김 의원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바른정당은 개헌을 고리로 한 ‘반문(반문재인)’ 진영 결집이 대선판을 흔들 ‘마지막 카드’라고 보고 22일 분권형 개헌안을 당론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국민의당은 ‘6년 단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안을 마련했고, 한국당도 이번 주 개헌안을 내놓는다. 더불어민주당 내 비문(비문재인) 세력이 결합하면 개헌안 발의 정족수(200석)는 채워지는 셈이다. 다만 개헌 연대를 위해서는 한국당과 손잡는 게 불가피한 만큼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는 바른정당으로서는 또 다른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수영 gaea@donga.com·강경석 기자
#바른정당#김무성#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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