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승현 “‘태후’는 터닝포인트, ‘월계수’는 도약 발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21일 06시 57분


연기자 지승현. 김종원기자 won@donga.com
연기자 지승현. 김종원기자 won@donga.com
■ ‘월계수’ 홍기표 역 지 승 현

“못된 배역 연기하려니 위경련까지
10년 동안 현장 갈증…꿈을 이뤘죠”

연기자 지승현(36)을 향한 시청자의 시선은 두 가지로 나뉜다. 지난해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 북한군과 2009년 영화 ‘바람’에서 후배들을 카리스마로 제압하는 고등학생의 모습이다. 이제 새로운 시선 하나가 추가될 것 같다. 더욱이 작품의 캐릭터가 아닌 ‘연기자 지승현’으로다. 26일 종영하는 KBS 2TV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통해서다. 그의 바람대로 밖에 나가면 몸을 “쓰다듬는” 시청자가 많다. 신체 접촉을 ‘당할’ 만큼, 대중과 가까워졌다.

“‘태양의 후예’가 10년의 터닝 포인트가 됐고, 이를 계기로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 출연하며 시청자와 친근감을 쌓을 수 있었다. 꾸준히 연기할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졌다.”

인맥도 넓어졌다. 지승현은 초등학생 때부터 연기자를 꿈꿨지만 교사인 부모의 지도 아래 경희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연기가 전공도 아니었고, 단역으로 시작해 동료들이 적었”던 그가 주말드라마에 출연하며 ‘내 사람’을 많이 얻었다.

그러나 극중 홍기표를 소화하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 옛 연인(조윤희)에 대한 사랑이 집착으로 변질하며 납치까지 저질렀다. 등장 횟수가 적다보니 캐릭터의 상황을 설명할 기회가 적어, 방송에 나오지 않은 내용을 파악하는데 고민의 시간이 길었다. “제가 이해 못하는데 어떻게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무리 못된 성격의 배역이라도 내가 먼저 사랑하자’라는 마음인데, 사람을 억지로 미워해야해 위경련까지 겪었다. 좋지 않은 에너지를 몸에서 끄집어내다보니 스트레스를 받았나보다. 저도, 기표도 고생 많았다. 기표와 소주 한잔해야겠다. 하하!”

연기자 지승현. 김종원기자 won@donga.com
연기자 지승현. 김종원기자 won@donga.com

이렇게 또 한 작품을 끝내려니 가족의 따스함이 더욱 그리워진다. 현재 ‘기러기 아빠’인 그는 부산에 있는 6세, 2세의 두 딸과 아내가 보고 싶으면 한 걸음에 달려가기 위해 김포공항 근처에 집을 구했다. 10년 넘는 세월을 기다리며 마음으로 응원한 아내가 감사하기만 하다. 또 “방송기자나 아나운서가 되길 바랐던 아버지에게 이제야 효도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이제는 아버지께서 신문 스크랩도 하시는데, 처음엔 부모님의 반대가 컸다. 아나운서학원 다닌다고 하고 연기학원에 등록한 적도 있다. 영문학을 전공한 것도 ‘언젠가는 할리우드에 가고 말겠다’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하하!”

그 꿈을 이루고, 이뤄지는 무대가 드디어 펼쳐진 것이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한 장면이라도 나오지 않은 드라마가 없다. 아무리 작은 배역이라도 소중히 여기며 실력을 닦아왔다.

물론 ‘태양의 후예’ 직후 “방향 없이 표류하는 통나무 위”와 “구름 위에 두둥실 떠있는” 느낌을 받았지만, 취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지승현은 “진인사대천명이라고, 기본적으로 맡은 역할을 해놓은 뒤에 운을 바랄 수도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0년 동안 현장에 대해 목이 많이 말라있었다. 조금씩이지만 목을 축일 수 있는 일들이 주어지고 있어 기쁘다. 30년 전의 꿈을 이룬 지금이 본격적으로 실행해나가는 단계이다. 재밌지만 어렵고, 정답이 없는, ‘연기’라는 숙제를 잘 풀도록 노력하겠다.”

지난 10년의 고생도 보물인 그에게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일까. 지승현은 낮고 굵은 목소리를 꼽으며 “청춘물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조금 더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벌써 30대 후반”이라며 웃었다.

● 지승현

▲1981년 12월19일생 ▲2006년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2009년 영화 ‘바람’으로 주목 ▲영화 ‘친구2’ ‘기술자들’ ‘무뢰한’ 조연·단역 활약 ▲2016년 드라마 ‘태양의 후예’서 북한군 캐릭터로 인기 ▲2016년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로 첫 조연 ▲2017년 영화 ‘보통사람’ 개봉 예정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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