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교육 참여… ‘학부모 선생님’ 모십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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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살리기 ‘학부모 프로젝트’

김치 봉사 학부모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학교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 영등포중 ‘행복 울타리 학부모 봉사단’ 회원들이 기초수급자 가정, 한부모 가정 학생들에게 전달할 김치를 담그고 있다. 영등포중 행복 울타리 학부모 봉사단 제공
김치 봉사 학부모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학교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 영등포중 ‘행복 울타리 학부모 봉사단’ 회원들이 기초수급자 가정, 한부모 가정 학생들에게 전달할 김치를 담그고 있다. 영등포중 행복 울타리 학부모 봉사단 제공
서울 동작구 영등포중에는 점심시간이 되면 ‘행복 울타리 학부모 봉사단’ 학부모가 학교를 찾아 학생과 같이 점심을 먹는다. 급식에 문제는 없는지 살피기도 하고, 급식에서 나트륨을 줄이기 위해 모니터링을 하기도 한다.

학부모들은 급식을 먹고 나면 교내를 돌면서 아이들을 살핀다. 급식을 안 먹는 학생이나 혼자 있는 학생, 아픈 기색이 있는 학생을 찾는다. 활동 일지를 기록해 교사와 공유하고 교사는 학부모가 파악한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을 상담한다. 이 학교 학부모가 봉사단 활동을 통해 따돌림, 탈선 문제 등을 예방하고자 나섰고, 올해로 4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학부모 봉사단의 노력은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2014년 18건에 달하던 학교폭력 건수가 2015년엔 7건, 2016년엔 2건으로 줄어든 것. 학부모 봉사단 김지경 회장은 “우리 학교에는 왕따나 학교 폭력 문제, 담배를 피우는 학생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 봉사단은 어려운 형편의 학생에게는 반찬 등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기초수급자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에 ‘엄마의 손맛’으로 고기 반찬과 김치를 만들어 전달한다. 김 회장은 “처음에는 아이들이 부끄러워했지만 이제는 스스로 ‘언제 반찬 찾으러 가면 되느냐’고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서울용원초에서는 아버지회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아버지회가 구성된 지는 올해로 10년째. 아버지회의 주력 활동 분야는 학생 안전이다. 스카우트 학생들이 뒤뜰 야영을 할 때 순찰하고 불침번까지 선다. 가을 대운동회가 열리면 경기 운영을 지원하고, 지난해 5월 열린 중랑천걷기대회 때는 아버지회 회원이 곳곳에서 횡단보도 교통지도를 하는 등 안전요원으로 봉사했다. 야간에는 지구대 경찰관과 함께 야간 순찰도 한다. 또 아버지들의 전문 분야를 살려 진로 특강을 하기도 하고, 학생을 직장으로 초대해 직업 탐색의 시간을 갖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이렇게 학부모들이 학교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우리 교육에서 학부모 역할은 크지 않다. 학부모는 헌법상 교육의 3주체 중 한 축이지만 방관자로 머물 때가 많다. 교육부는 학부모의 전문성과 교육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학교 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학부모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 만들기에 나섰다.

○ “참여하고는 싶죠…”

마음은 있지만 실제 학교 교육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부모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학부모정책연구센터(연구책임자 이강이 서울대 교수)의 ‘2015년 학부모의 자녀교육 및 학교참여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 15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부모가 학교 운영의 주체로서 학교교육 개선을 위한 사업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학부모는 62.4%(매우 그렇다 7.3%, 그렇다 55.1%)에 달했다. 참여 의사가 없다는 응답 37.5%(그렇지 않다 34.2%, 전혀 그렇지 않다 3.3%)보다 훨씬 많았다.

하지만 참여 의사를 실제로 행동으로 옮긴 학부모는 많지 않았다. 조사 당시 학부모회 활동에 참여한다고 응답한 학부모는 24.3%에 불과했고, 75.7%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또 최근 1년간 교육기부나 자원봉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도 학부모 48.6%가 전혀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다. 참여 경험이 있어도 1년에 1∼3회(38.3%)에 그쳤고, 교육기부·자원봉사에 1년 동안 4회 이상 참여한 학부모는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했다. 학부모가 학교 교육에 참여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은 것은 ‘시간적 여유가 없다’(45.6%)였다. ‘담임교사와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다’(20.2%), ‘학교에 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17.6%)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특히 아버지의 참여 정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응답한 아버지의 6%만 학부모회에 참여한다고 했고, 94%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최근 1년간 교육기부·자원봉사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아버지가 83.2%에 달했다.

연구진은 “학교 참여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실제 학교 참여 활동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교육기부·자원봉사 확산을 위해 지역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시설, 전문가 등과 연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학부모 교육열·전문성을 교육에 활용

교육부는 학부모의 교육열과 전문성을 교육에 긍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학부모 대상 교육을 활성화하고, 학부모 동아리 활동 지원, 부모·자녀 공동 프로그램 지원 등을 통해 학부모가 학교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계획이다.

먼저 학부모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기로 했다. 동아리에 참여하는 학부모들의 교육을 지원하고, 교육을 이수한 학부모가 교육기부를 통해 학생을 가르치는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

놀이 제공 학부모 자원활동가 모임인 ‘놀이밥퍼’가 전북 순창군 중앙초에 그린 ‘안경놀이판’에서 학생들이 즐겁게 뛰놀고 있다. 전북도교육청 학부모지원센터 제공
놀이 제공 학부모 자원활동가 모임인 ‘놀이밥퍼’가 전북 순창군 중앙초에 그린 ‘안경놀이판’에서 학생들이 즐겁게 뛰놀고 있다. 전북도교육청 학부모지원센터 제공
전북도교육청에서 시행 중인 ‘놀잇길 만들기’ 활동이 대표적이다. 이 활동은 학부모로 구성된 학교 놀이 자원활동가 모임인 ‘놀이밥퍼’가 학교나 학교 주변, 공원 등에 사방치기, 팔자 놀이, 달팽이 놀이 등을 할 수 있는 놀이판을 그리고 있다. 놀이판을 그려 놓고 학생이 전통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

교육부는 이런 방식으로 학교 교육에 참여하도록 학부모가 전문가로부터 교육을 받게 한다는 계획이다. 재능기부에 참여할 수 있게끔 필요한 지식과 기능 교육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것.

교육부는 부모와 자녀가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늘리기로 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교육을 받으면서 더욱 친밀해지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가족이 모여 식사하고 대화하면서 식사예절을 배우고 유대감을 키울 수 있는 ‘밥상머리 교육’을 올해도 계속 실시하고, 시도교육청별로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다.

학부모 대상 교육 역시 활성화하기로 했다. 상담주간 등 학교에서 행사가 있을 때 부모역할 훈련, 놀이교육, 가정폭력 예방이나 다문화 이해 등 학부모가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를 정해 학부모 교육을 한다.

이 밖에 교육부는 학부모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릴레이 포럼’을 운영하기로 했다. 교육 분야 석학이나 오피니언 리더, 학부모가 함께 미래 교육의 방향을 논의한다. 대학이나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이 무엇인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상, 대학입시의 방향을 논의하고 소통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훈희 교육부 학부모지원팀장은 “부모의 관심이 자녀의 성적과 인성, 성공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며 “지금까지 도외시됐던 학부모의 교육 참여를 늘리는 것은 학생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덕영 firedy@donga.com·노지원 기자
#행복 울타리 학부모 봉사단#학부모 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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