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용의자 처리’ 싸고 치열한 물밑 외교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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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피살/북한내부 움직임]
이해관계 얽힌 남북한-中 신경전… 베트남-인도네시아도 촉각 세워
말레이 부총리, 시신 北에 인계 시사… 경찰서장은 “아직 北 요청 없어”

김정남 피살 사건을 두고 각국의 외교전이 치열하다. 시신 인수인계와 수사, 용의자 사법처리까지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남북한은 물론이고 사건 발생국인 말레이시아, 김정남의 가족이 있는 중국(마카오), 용의자(베트남·인도네시아 여권 소지) 국적국이 모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아맛 자힛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16일 김정남 시신을 북한에 넘길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확정되지는 않았다. 압둘 사마 말레이시아 슬랑오르 주 경찰서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북한에서 인계 요청이 없었고 시신은 여전히 병원에 있다”고 밝혔다. 외교채널을 통해 북한에 ‘인수를 원하면 요청하라’고 했는데도 의사 표시가 없었다고 한다. 유가족이 있는 중국에서 인계를 요구해 분쟁이 벌어지면 시신 인도 시기는 늦어질 수 있다. 외교부는 “말레이시아가 사건이 종결되기 전까지는 시신을 인도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안다”고 밝혔다.

수사와 재판은 더 복잡하다. 국제법 전문가는 “형사관할권은 사건 발생국, 가해자 국적국, 피해자 국적국이 주장할 수 있다”며 “한국이 법적 권리를 주장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남북한 동시 수교국으로 북한을 국가로 승인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헌법상 ‘북한도 한국 영토’라는 주장이 통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남한의 수사 참여도 말레이시아의 협조 요청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 전문가는 “한국이 북한 정보와 노하우가 많은 만큼 말레이시아와 협조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남북한 사이에서 중립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결정적 물증이 나오기 전에는 협조를 받기 위해서라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용의자들 여권 발행국인 베트남, 인도네시아 정부의 수사 참여 주장 여부도 사건 조기 종결의 변수로 꼽힌다.

1987년 11월 발생한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 사건의 용의자 김현희는 바레인에서 체포됐지만 국내로 압송돼 사형을 선고받았다(이후 사면). 이는 한국 국적기를 상대로 한 테러였고 희생자 대부분이 한국인이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반면 1983년 발생한 미얀마 아웅산 묘역 테러 사건은 희생자가 대부분 한국인이었지만 가해자들은 미얀마 당국에서 체포해 처벌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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