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연금술사? 꽃·곡식·과일 등을 섞은 ‘블렌딩 차’가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5일 1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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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보스차와 국화차를 섞는 것은 어떨까요?”

나만의 차(茶)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차는 그 자체로도 특유의 향과 맛을 풍기지만, 여기에 찻잎을 비롯해 꽃, 곡식, 과일 등을 더해 블렌딩(두 가지 이상의 성분을 조합)한 ‘블렌딩 차’가 요즘 인기다.

블렌딩 차의 역사는 오래됐다. 17~18세기 영국에서 홍차가 유행할 때부터 블렌딩은 시작됐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얼 그레이’, ‘잉글리쉬 블랙퍼스트’도 여러 다원(茶院·차 재배지)의 차를 블렌딩해서 만든 차다. 한 다원과 한 종류의 찻잎으로 만든 차를 ‘싱글 오리진(단일 원산지)’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한 종류 이상의 다른 ‘싱글 오리진’을 섞는다면 블렌딩 차가 된다.

차를 다루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블렌딩 차’를 올려놓고 품평을 받는다. 인기가 좋은 블렌딩 차는 본인이 만든 이름을 짓기도 한다. 2년 전부터 블렌딩 차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한가연 씨는 “재료들을 섞는 비율에 따라 새로운 차가 된다. 맛과 향뿐만이 아니라 재료에 따라 각각 지니고 있는 효능도 다르다”며 “블렌딩을 할 때면 연금술사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차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2011년 문을 열어 2000여 명의 차 전문가를 배출한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홍정연 팀장은 “나만의 차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늘면서 매년 20~30%씩 수강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유명 차 브랜드들도 잇달아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 새 프랑스 명품 차 브랜드인 ‘다만 프레르’를 비롯해 독일의 ‘로네펠트’, 싱가포르의 TWG, 스리랑카의 베질루르, 프랑스의 떼오도르 등이 최근 2~3년 새 국내에 새롭게 차 전문점을 열었다. 김진수 다만 프레르 이사는 “국내 차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블렌딩 차의 인기가 높아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찻잔과 차 주전자를 찾고 있는 사람도 늘면서 로열코펜하겐 등 차 관련 브랜드의 인기도 높다.



블렌딩 차는 차 입문용으로 좋다. 국내 차 전문 브랜드인 ‘오설록’에 따르면 지난해 블렌딩 차의 판매 배중은 약 30%로 오설록의 가장 주요 상품으로 떠올랐다. 오설록 관계자는 “아무래도 일반 차보다는 상대적으로 향이 좋고 덜 까다로운 블렌딩 차가 20~30대 여성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차의 맛과 향을 보완해주는 것도 블렌딩 차의 장점이다. 홍 팀장은 “등급이 떨어지거나 오래된 차들도 블렌딩을 하면 맛과 향이 더 나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블렌딩 차를 만들어보고 싶다면 집에 있는 차를 기호에 맞게 섞는 게 것이 좋다. 열 가지 이상의 차를 섞을 수도 하지만 이는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일단 양을 달리해 2, 3가지를 섞어본 뒤 자신의 취향대로 조절하면 된다.

티백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홍 팀장은 “녹차와 모로칸 민트 티백을 섞어 손님상에 내어도 된다. 감기에 좋은 도라지의 경우 배 또는 홍차를 섞는다면 맛까지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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