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상” WBC 대표팀의 오키나와 훈련 일정 엿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5일 1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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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 구장. 매일 아침 양 측 더그아웃에는 대표팀 훈련 일정이 붙습니다. 그래서 훈련일정을 살펴봤습니다.
사진 스포츠동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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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에 시작되는 훈련 일정은 오후 1시 40분 1차 마무리됩니다. 개인별 추가 훈련을 포함하더라도 오후 2시 10분이면 끝이 납니다. 중간 점심시간 30분을 제외하면 채 4시간이 되지 않습니다. 현재 같은 오키나와에서 매일 10시간 넘게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는 모 구단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게다가 대표팀은 이번 11박 12일의 오키나와 전지훈련 중 ‘3일 훈련 후 1일 휴식’도 철저히 지킬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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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이 중요하다고 믿고 살았던 저로선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당장 지난 2013년 WBC대회 때만 하더라도 당시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직접 펑고 배트를 들고 나서며 오후 6시까지 이어지는 ‘지옥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물론 이번 대표팀이라고 당장 상황이 좋은 건 아닙니다. 부상 등으로 주전 선수들이 줄줄이 이탈하면서 이달 초에야 어렵사리 최종엔트리를 확정했습니다. 더구나 올해부터 비 활동기간 준수를 위해 각 구단의 스프링캠프가 2월 1일로 늦춰지면서 선수들의 몸 상태가 예년에 비해 올라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실제로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13일 “(개막까지) 한 달 만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훈련시간을 이렇게 편성한 건 기본적으로 김 감독의 스타일 때문입니다. 쌍방울, 두산, 한화 감독을 역임한 김 감독은 소속구단에서도 자율 기조를 유지해왔습니다. 물론 단기간에 갑작스레 무리했다간 선수들이 추가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포함됐습니다.

사진 스포츠동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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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김 감독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건 선수들의 몸 상태가 생각보다 좋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가 늦춰져서 걱정을 했는데 오히려 선수들이 (비활동기간에) 착실히 몸을 만들어왔다. 기대 이상”이라며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의 훈련 기조를 가급적 끝까지 이어갈 것이라는 게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물론 김 감독의 이 같은 선택은 대회 결과에 따라 다시 도마에 오를 수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승패에 따른 엇갈린 평가는 스포츠의 숙명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공식 훈련 뒤 자발적으로 특타(특별타격훈련), 웨이트트레이닝 또는 휴식 일정을 잡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를 자신감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WBC 대표팀이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날려버리는 동시에 자율 야구의 좋은 선례를 남겨주길 기대해봅니다.

오키나와=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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