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충청연합 vs 호남-창원연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15일 05시 45분



■ 경륜 특선급 ‘라인 전쟁’

수도권-충청, 정종진 중심 라인구도 형성
창원은 호남과 손잡고 정종진 견제에 나서


경륜 특선급의 판도가 양분된 라인구도를 따라 요동치고 있다. ‘지존’ 정종진을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 선수들과 김현경, 전영규를 앞세운 충청팀이 한 축을 이뤘다. 여기에 맞서 이현구, 박용범의 김해팀과 대구팀의 류재열, 호남의 젊은 선수들이 또 다른 축으로 대립하며 점점 더 치열한 경주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 모두가 인정하는 제왕의 등장

특선의 세대교체가 시작되기 전인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수도권 선수들은 조직적이고 선수자원이 풍부한 김해, 창원팀 선수들에게 큰 경주에서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였다. 충청권 선수들도 수도권 선수들과의 연대에 큰 효용을 느끼지 못한 채 변방에서 활약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2014, 2015 그랑프리 모두 이현구, 박용범에게 돌아가며 창원 대세론이 그대로 굳어지나 싶었다.

하지만 정종진이라는 걸출한 선수가 최대장점인 회전력을 살릴 수 있는 기어배수 상한제와 만나며 경탄할 수준의 기량을 발휘하자 흐름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수도권 내 라이벌 구도가 정종진을 중심으로 재편성되기 시작했다. 마침내 급기야 경상권 선수들을 위협했다.

여기에 수도권 선수들과 친분이 있던 전영규, 김현경 등이 점차 수도권 선수들과의 연대횟수를 늘려갔고, 마침내 수도권-충청연합의 전략적인 라인구도를 이루게 됐다. 지난해 그랑프리 결승전 경주는 현재의 라인구도를 가장 잘 보여줬다. 유성팀 선수들이 초반에 앞서가며 시속을 올리고 내선에서 기회를 엿보면, 중간에서 수도권 선수들이 선행 젖히기로 승부의 타이밍을 잡으며 창원연대를 견제하는 구도를 보였다.

결과는 정종진의 호쾌한 젖히기 우승이었다. 3착에 성공한 수도권 정하늘과 함께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제왕의 입지에 방점을 찍었다. 라인의 중심 정종진이 준결승전이었던 전날 수도권 선수 유태복 보다 유성팀 김현경을 더 의식하는 경주운영을 펼친 점도 주목할 만 했다.

● 제왕을 위협하는 호랑이들

창원의 대세 박용범과 이현구가 선두탈환을 위해 칼을 가는 사이, 21기 ‘다이나믹 듀오’ 황인혁과 성낙송이 특선급의 강자대열에 합류했다. 이 가운데 성낙송은 정종진에게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만난 총 7차례의 경주에서 3차례나 정종진을 제압했다.

특히 지난해 11월13일 광명 특선결승전에서는 친분이 있는 호남팀 이으뜸과 창원연대 윤민우와 뭉쳐 정종진에게 완승을 거두면서 창원-호남팀의 전략적인 연대 가능성을 시사하는 경주를 펼친 적이 있다.

● 한층 공고해진 라인구도

최근 라인 구도로 가장 주목할 만한 경주는 1월8일 광명 결승전 경주다.

친분을 과시하던 이으뜸과 성낙송에게 인기가 모아지는 편성이었다. 김주상이 경주 초반 신은섭의 초주를 직접 해제해주는 적극적인 운영으로 수도권 선수들과 협공을 펼쳤고, 결국 김주상-이욱동-신은섭이 결승선을 차례로 통과하며 라인 완승을 거두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

경륜뱅크의 배재국 예상팀장은 “라인 구도가 심화되고 선수들 사이의 긴장감이 커지면서 이제는 평일 경주도 강자들 간의 타협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인지도에서 앞선 강자가 경쟁상대로 나선 선행선수를 활용해 짧게 승부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젖히기로 크게 넘어서면서 견제하는 경주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개개인의 실력만으로 등수를 예상하는 전통의 방식을 고수하기 보다는 축 선수의 의도나 라인의 상관관계에 따라 더욱 심화된 추리가 필요하다” 고 조언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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