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오키나와] ‘마지막 캠프’ 이승엽, 변화 대신 “2016년처럼” 외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13일 05시 30분


올 시즌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이승엽이 변화 대신 유지를 택했다. 기존 타법을 고수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것이 그의 각오다. 일본 오키나와에 도착한 이승엽. 오키나와(일본)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올 시즌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이승엽이 변화 대신 유지를 택했다. 기존 타법을 고수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것이 그의 각오다. 일본 오키나와에 도착한 이승엽. 오키나와(일본)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라이온 킹’ 이승엽(41·삼성)은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했다. 2015시즌이 끝난 뒤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삼성과 2년 총액 36억원에 계약한 뒤 “2017시즌을 마치고 은퇴하겠다”고 일찌감치 선언했다. 2016시즌 142경기에서 타율 0.303(542타수164안타), 27홈런, 118타점의 성적을 거두며 젊은 선수들과 견줘도 손색없는 성적을 거뒀지만, 은퇴 번복에 대해서는 늘 한결같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2017시즌이 끝난 뒤가 내가 떠날 시기”라는 생각이 확고했다.

12일 일본 오키나와 나하국제공항 입국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과 2차 전지훈련에 참가하는 삼성 선수들이 같은 비행기를 타고 입국해서다. 삼성 선수들이 먼저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승엽이 등장하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졌다. 이승엽의 위상을 보여준 한 단면이다. 그는 선수로서 마지막 전지훈련에 참가한 만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겠다는 의지로 가득했다. 그는 “마지막 캠프인데, 아직은 별다른 느낌이 없다. 시즌 시작하면 달라질 수 있을 듯하다”며 “(1차 전지훈련지) 괌도, 오키나와도 마지막이다. 20년이 넘도록 왔는데, 다시는 안 올 것 같다. 놀러오지도 않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승엽은 올 시즌을 앞두고 “개인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보다 무조건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며 “2016시즌에 내 역할이 80%였다면, 올해는 85~90%가 돼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는 선수생활 마지막 해를 멋지게 장식하고 싶다는 의미였다. 한창 홈런타자로 군림하던 2000년대 초반처럼 손의 위치를 바꾸고, 테이크백 동작을 크게 하는 스윙으로 돌아가려 시도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삼성 이승엽.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삼성 이승엽.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그러나 지금은 이 목표를 수정했다. 스스로 세월의 흔적을 느껴서다. 이승엽은 “전성기 때보다 힘이 확실히 떨어졌다”며 “변화를 주려고 해도 팔이 흔들리고, 군더더기 동작도 많아 걸리는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결국 이승엽은 2016시즌의 스윙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전성기 때보다 힘은 다소 떨어졌을지 몰라도 공을 배트에 정확히 맞히는 콘택트 능력은 여전히 뛰어나다. 지난 시즌 2002년(165안타)에 이어 한 시즌 2번째로 많은 164안타를 쳐낸 그 타격폼을 올해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지난해의 타격폼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교함을 더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마지막으로 이승엽은 WBC 대표팀에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승엽은 2차례 WBC(1·3회)에 참가해 대표팀의 타선을 이끈 경력자다. 그는 “대표팀 선수들이 훈련 잘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오키나와(일본)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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