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미취학 7남매’ 가족 “10일 첫 졸업식 떨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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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못간 10남매중 7명’ 보도후… 일곱째 수정이, 작년 6학년 입학
멘토 “중학교 적응도 잘 도와야죠”

2016년 4월 4일자 A14면.
2016년 4월 4일자 A14면.

‘광주 10남매’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3월이다. 생활고 때문에 큰딸(27)과 아홉째(12·초교4), 열째(9·여)를 제외한 일곱 남매가 학교에 다닌 적이 없는 가족이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마음을 이해한다”며 되레 부모를 걱정했다. 그래서 ‘흥부 10남매’로도 불렸다.

8일 광주 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의무교육 혜택을 받지 못했던 남매 중 일곱째 수정(가명·14) 양이 10일 초등학교를 졸업한다. 수정 양은 지난해 4월 각계 기관의 도움으로 동생(13)과 함께 처음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갔다. 광주의 한 초등학교에 6학년과 5학년으로 입학했다. 또래보다 한 학년 낮았다. 낯선 등굣길, 처음 접해본 교실과 책걸상이었지만 수정 양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공간이었다.

27세부터 9세까지인 5남 5녀 가운데 큰딸 등 위 4명은 취업을 했거나 취업 준비 중이다. 수정 양 등 나머지 6명은 중고교 검정고시를 준비하거나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들이 늦게나마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 건 학교에 다니지 않을 때에도 남매들이 릴레이 교육을 하며 기초학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첫째가 둘째를 가르치면, 둘째가 셋째를 공부시키는 방식이다. 시험지나 학습지를 활용해 집에서 공부했다.

수정 양은 처음 학교에 등교하면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기뻐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형제가 아닌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함께 공부하고 놀았다. 각종 체험활동은 물론이고 학교급식 등도 처음 접했다. 학교 측은 “수정 양이 다둥이 가정에서 자라 친구들을 배려해주는 마음이 크고 넉넉하다”고 설명했다.

광주 10남매 중 일곱째 수정 양이 지난해 광주 남부경찰서를 방문해 경찰 오토바이를 타보고 있다. 광주 남부경찰서 제공
광주 10남매 중 일곱째 수정 양이 지난해 광주 남부경찰서를 방문해 경찰 오토바이를 타보고 있다. 광주 남부경찰서 제공

지난해 수사에 나선 경찰은 부모인 A 씨(45) 부부가 자녀를 학교에 보내진 않았지만 학대한 적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 씨는 사업에 실패하고 감당하기 힘든 빚을 진 뒤 15m² 크기의 단칸방에서 아이들을 키웠다. 경찰은 A 씨 가족이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가족은 각계각층의 지원 덕분에 지금은 56m²짜리 방 2개 집으로 옮겨 생활하고 있다.

이 남매들은 좁은 가정 울타리를 벗어나 또래 평범한 학생들처럼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남매의 엄마인 B 씨(47)는 주변 사람들에게 “아이들에게 항상 미안했는데 늦게나마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큰딸은 “동생들이 지금이라도 학교를 다녀서 너무 좋다”고 했다.

남매들은 사회에서 받은 사랑을 잊지 않고 있다. 수정 양은 “사회에서 가져 준 관심을 잊지 않겠다. 받은 사랑을 어른이 돼서 다른 어려운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주변에 말했다. 남매 중 아홉째는 지난해 5월 경찰서를 견학한 자리에서 “반드시 경찰관이 돼 다른 삶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했다.

광주가정법원은 A 씨에게 보호관찰 6개월과 상담위탁 40시간을 결정했다. 형사처벌 대신 교육적 책임을 당부한 것이다. A 씨도 자녀들을 반드시 학교에 다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돌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남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소속 경찰관 10명은 10남매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이선화 순경(30·여)은 “수정이는 항상 밝은 표정에 성격도 좋아 중학교에 가서도 잘 지낼 것”이라며 “10남매가 세상 밖으로 나와 성공한 사회인이 되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광주#졸업식#10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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