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전남 김영욱 “日 대신 잔류…날 키워준 전남, 내 이익만 좇을 순 없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9일 05시 45분


전남 미드필더 김영욱은 일본 J리그 팀들의 많은 러브 콜을 마다한 채 잔류를 택했다. 최근 광양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그는 “아주 어릴 적부터 노란 유니폼만 보면서 자랐다”며 전남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광양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전남 미드필더 김영욱은 일본 J리그 팀들의 많은 러브 콜을 마다한 채 잔류를 택했다. 최근 광양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그는 “아주 어릴 적부터 노란 유니폼만 보면서 자랐다”며 전남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광양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전남의 프랜차이즈 김 영 욱

J리그클럽 러브콜 한달 장고 끝 거절
첫 상위스플릿 팀에 더 큰 선물 줘야
4강 이상 쏘고 ACL출전권 딸겁니다
해외 무대? 완벽한 모습으로 재도전

26세 청년은 이제 어엿한 에이스가 됐다. 올해로 프로 8년차다. 짧지 않은 경력이지만, 제대로 빛을 발한 시간은 길지 않았다. 확실한 주축으로 올라선 것은 2015시즌부터다. 스스로도 “최근에야 프로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고 말한다.

지난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치자 김영욱(전남 드래곤즈)을 향해선 국내외 여러 클럽들의 러브 콜이 쇄도했다. 일본 J리그 클럽들의 관심이 대단했다. 한 달여간의 장고 끝에 결단을 내렸다. 잔류였다. 환경에 변화를 주기 위해,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고 싶어 이적을 깊이 고민했지만 팀을 외면할 수 없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진입했던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상위 스플릿(1∼6위) 이상의 영예를 팀에 선물해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 같았다. 지난달 전남 광양의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그는 “무책임하게 선수로서의 꿈만 좇는 모습은 내가 생각한 이별이 아니다. 내 뿌리는 이곳에 있다”며 2년 계약연장의 의미를 설명했다.

-일본 진출이 유력해 보였다.

“(이적하기에) 적절한 시기였다.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이었고, 병역문제도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좋은 팀을 찾으려고 했던 것도 맞다. 좋은 조건의 제안도 왔다. 개인의 이익만 얻으려고 했다면 주저 없이 떠났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전남에서 성장했다. 헤어짐도 중요했다. (노상래) 감독님도 ‘더욱 큰 결실을 맺고 새롭게 도전해줬으면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국내 이적은 고려하지 않았나.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고민도 없었다. 주변에선 해외진출을 적극 권유했다. 이런저런 경험을 통해 한층 시야를 넓힐 수 있다는 선배들과 지인들의 조언도 있었다. 하지만 한 템포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서둘지 않아야 한다. (잔류) 선택에 후회는 없다.”

전남 김영욱. 스포츠동아DB
전남 김영욱. 스포츠동아DB

-‘원 클럽 맨’도 생각하는 것인가.

“아마 장·단점이 분명할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정체될 수 있다. 전남은 그냥 너무 편하다. 도전의식이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내 집이니까. 아주 어릴 적부터 노란 유니폼만 보면서 자랐다. 하지만 계약연장이 새로운 동기부여가 됐다. 결국 더 잘하면 된다. 더 좋은 조건으로 해외의 큰 팀으로 향할 수 있으니까.”

김영욱은 뼛속까지 ‘전남 맨’이다. 광양제철중∼광양제철고를 거친 프랜차이즈다. 2010년부터 간간히 그라운드를 밟으며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2011년과 이듬해 58경기(4골·5도움)를 뛰며 전성기를 맞는 듯했다. 그러나 다시 꺾였다. 이후의 2년은 기다림. 전남은 그를 외면하지 않았다. 2015년과 2016년 K리그 60경기(4골·2도움)를 뛰며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다음 스텝이 궁금하다.

“어릴 적에는 프로가 되면 곧바로 국가대표가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꼭 그렇지 않더라. 오히려 다소 더딘 것 같아도, 서서히 꽃을 피울 수 있는 선수가 롱런한다는 이치를 깨달았다. 처음은 화려하다 끝은 안 좋게 은퇴하는 선배들을 종종 보는데, 나는 마지막에 축복받으며 은퇴하고 싶다.”

-너무 진지한 답이 아닌가.

“기왕이면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는 의미다. 이제 스타트 총성이 울렸다고 생각한다. 반환점까지도 가지 않았다. 샛길도 바라보지 않는다. 화려하게 만개할 그날이 언제 찾아올지 모르지만, 서서히 다가서려고 한다.”

전남 김영욱.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남 김영욱.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8번째 시즌은 어떨까.

“설렘과 부담이 공존한다. 그런데 아주 긍정적 요소가 있다. 예전에 비해 우리 동료들이 상당수 잔류했다는 사실이다. 낯선 얼굴들로 새 틀을 짜는 것보다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전남의 강점은 헌신이다. 모두가 죽을 각오로 뛸 준비가 돼 있다. 전부 간절하다. 이제는 눈높이를 높여도 된다. 4강 이상의 성적표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까지 따고 싶다. 2년 전 우리는 초반에 잘 나가다가 중반 이후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반대로 지난해는 다른 상황이 연출됐다. 올해는 높낮이 없이, 큰 폭의 기복 없이 꾸준히 좋은 흐름으로 시즌을 보내리라고 확신한다.”

-어떤 매력을 증명해주고 싶나.

“더 농익은 플레이를 하고 싶다. 영리하고 기민한 움직임으로 상대를 껄끄럽게 만들어야 한다. 확신을 주는 선수가 되고자 한다. 전남 유스 출신들은 어디서나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목표로 삼은) 해외무대는 외국인선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어설픈 도전으로만 만족하고 싶지 않다. 물론 아시아 타이틀에 도전할 기회가 생기면 또 미래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 김영욱

▲생년월일=1991년 4월 29일
▲키·몸무게=177cm·70kg
▲출신교=광양제철중∼광양제철고
▲프로 경력=전남 드래곤즈(2010년∼현재)
▲K리그 통산성적=147경기·8골·7도움
▲주요 국가대표 경력=U-20 대표(2011년 U-20월드컵), U-23 대표(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광양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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