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평창]에이스 등에 업고 ‘쇼트트랙〓한국’ 영광 찾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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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종목 ‘쇼트트랙’

한국이 겨울 종목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건 단연 쇼트트랙 덕분이다. 기록이 말해준다. 1948년 생모리츠 대회부터 겨울올림픽에 참가한 한국은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까지 금메달 26개, 은메달 17개, 동메달 10개 등 역대 총 53개의 메달을 따냈다.

26개의 금메달 중 쇼트트랙에서 무려 21개를 얻었다. 은메달 12개와 동메달 9개를 포함하면 42개로 전체 메달의 80% 정도에 달한다.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 이후 대회마다 금메달을 거둬들인 효자 중의 으뜸 효자 종목이다.

1988년 캘거리 올림픽 때까지 겨울올림픽에서 단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던 한국은 이 대회 시범 종목으로 채택된 쇼트트랙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한국 쇼트트랙의 선구자인 김기훈과 이준호가 쇼트트랙 남자 1500m와 30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겨울올림픽 들러리’에서 벗어날 꿈을 꾸게 됐다.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서 쇼트트랙은 한국 최초의 겨울 올림픽 금메달(김기훈, 남자 1000m)을 만들어냈다.

지금은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과 미국, 캐나다, 중국 등 국가들의 전력이 강해지면서 세계 쇼트트랙은 전체적으로 상향 평준화된 상황이다. 20년 가까이 지켜온 ‘쇼트트랙=한국’이라는 마냥 기분 좋은 공식은 깨어졌다. 하지만 안방에서 여러 이점을 안고 치르는 올림픽인 만큼 2006년 토리노 올림픽 때 남녀 쇼트트랙이 거둔 금메달 6개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을 기대할 만하다.

‘무적’ 쌍두마차 심석희-최민정으로 역대 올림픽 첫 전 종목 싹쓸이?

소치 올림픽에서 금 2, 은 1, 동 2개를 따낸 여자 쇼트트랙은 평창 올림픽 여자 4개 세부 종목에서 금메달 3개 이상을 노리고 있다. 대표팀 ‘쌍두마차’인 심석희(20·한국체대)와 최민정(19·서현고)의 현재 기세라면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전이경-최은경-진선유의 뒤를 잇는 ‘에이스’ 심석희는 2016∼2017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연속 2관왕을 차지했다. 최민정도 물이 올랐다. 최민정 역시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꼬박 2개씩 금메달을 챙겼다. 각자 주종목인 1000m, 1500m에서 세계 최강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여자 3000m 계주의 경우 실격 등 특별한 변수가 나오지 않는 한 금메달 가능성이 높다. 심석희-최민정-노도희(22·한국체대)-김지유(18·화정고)가 나선 여자 대표팀은 올 시즌 4차례 월드컵에서 상대국들의 집중 견제에도 3000m 계주 금메달을 독식했다.

문제는 500m다. 전통적인 취약 종목이다. 역대 겨울올림픽 여자 500m에서는 1998년 나가노 대회에서 전이경과 2014년 소치 대회에서 박승희가 동메달을 딴 게 가장 좋은 성적이다. 그렇다고 포기하기는 이르다. 월드컵 2, 3차 500m에서 연속으로 은메달을 따낸 최민정이 지난해 12월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월드컵 4차 대회 500m에서 금메달 사냥에 성공하며 빠르게 적응하는 모양새다. 평창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곳에서 얻은 금메달이라 값지다. 빠른 스타트로 안쪽 자리를 선점하는 것이 500m 승부의 열쇠. 최민정은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스타트와 스피드를 한껏 끌어올리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 시간을 늘리고 근력을 키우면서 500m에 욕심을 내고 있다.

이정수, 남자 쇼트트랙 부활의 선봉장

소치 올림픽에서 감동을 준 여자 쇼트트랙과는 반대로 노메달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던 남자 쇼트트랙은 평창에서 부활을 노린다. 2010년 벤쿠버 올림픽 남자 쇼트트랙에서 2관왕을 차지한 뒤 잠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외도’를 했다가 다시 돌아온 이정수(28·고양시청)가 선봉에 선다.

대표팀 맏형으로 역할이 막중하다. 신다운(24·서울시청), 서이라(25·화성시청) 등은 아직 확실한 믿음을 주고 있지 못하다. 국제대회마다 경기력이 들쑥날쑥해 기복이 심하다. 결국 큰 무대에서 올림픽 금메달 경험이 있는 이정수가 이런 한계를 안고 다독이며 팀을 끌어가야 하는 처지다. 2016∼2017시즌 쇼트트랙 월드컵 3, 4차대회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정수가 다가오는 삿포로 겨울 아시아경기 쇼트트랙에서 계주 종목에 가장 집중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도 팀 사기를 위해서다. 아시아경기 계주 금메달이 평창 올림픽 준비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후배들에게 심적 여유와 자신감을 가져다줄 수 있으리라는 판단에서다. 이정수는 “개인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은 것은 당연하지만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으려면 피날레인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으로서는 이정수의 경험과 노련미에 남자 쇼트트랙 부활이 달렸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평창#올림픽#쇼트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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