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확장 발톱 드러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불법 정착촌 합법화 법안 통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7일 2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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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국회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사유지에 들어선 불법 정착촌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이-팔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법안 통과로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인 소유의 개인 부동산을 합법적으로 매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면서 이스라엘이 서안지구를 합병하려는 야욕을 법제화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국회는 6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불법 정착촌 주택 4000여 채를 합법화하고, 국가가 이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찬성 60 대 반대 52로 통과시켰다고 AP통신이 7일 보도했다. 법안에는 이스라엘 정착민이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사유지에 집을 지었더라도 당초 팔레스타인 땅 주인이 있다는 걸 몰랐거나 국가 지시로 지어졌다면 집을 합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땅 주인은 이스라엘 정부에서 토지보상금이나 대체 토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땅 주인이 매각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보상을 강제할 수 있도록 규정해 사실상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 사유지를 이스라엘이 합법적으로 빼앗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법안은 베냐민 네타냐후 내각의 연정 파트너인 강경보수파 유대가족당이 주도했다. 표결 당일 유대가족당은 “그 땅(서안지구)은 원래 우리 땅”이라며 표결 통과를 주장했고, 야당 등 반대파는 “이스라엘 민주주의를 파괴시키는 미친 법안”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야당과 시민단체 측은 강제 수용 부분이 부동산법을 위반한 것이라면서 대법원에 진정해 법안을 무효화하겠다며 반발했다. 이스라엘 검찰은 “이 법은 명백한 위헌이며, (법안 유효 여부를 따지는 사건이) 대법원에 가면 법안을 변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표결 전 미국에 법안을 충분히 설명하며 조율했다고 설명하면서도 영국 정상회담차 런던에 있다는 이유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법안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져 달라고 요구한 연정 파트너인 유대가족당과, 정착촌 확대에 긍정적이지 않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기류를 모두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법안이 시행되면 불거질 사건들이 국제형사재판소로 가 분쟁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 측은 이스라엘의 법안을 ‘땅 도둑질’로 규정하고 강력히 반발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법안 통과 직후 성명을 내고 “네타냐후 총리와 극단주의자 연합 정부가 법을 파괴하면서 평화와 안정을 위한 두 국가 해법의 근간을 해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니콜라이 믈라데노프 유엔 중동특사는 “아랍과 이스라엘의 평화를 크게 해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스라엘의 대담한 행보 뒤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방조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정착촌 건설을 강하게 반대해 온 미국은 이번 사안에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가 법안 통과 전 트럼프 행정부와 사전조율을 했다는 반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이스라엘의 새 정착촌 건설이 이-팔 평화에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오바마 때처럼 강경하지는 않았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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