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음성콘텐츠 ‘귀한 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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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들려드릴까요”… 국내외 IT업체 오디오 서비스 경쟁

오디오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국내외 정보기술(IT) 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홈비서 등 인공지능(AI) 장비가 스피커를 중심으로 발달하면서다. AI가 음성을 인식하더라도 ‘들려줄 거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AI가 제공할 오디오 콘텐츠를 가장 활발하게 모으고 있는 곳은 아마존이다. 음성인식 기반 AI ‘알렉사’를 개발한 아마존은 2008년 오디오북 업체인 ‘오디블’을 인수했다. 오디블은 최근 책뿐만 아니라 뉴스와 라디오까지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유명인사들의 목소리도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아마존은 더 나아가 오디오 생태계를 주도하는 플랫폼을 꿈꾸고 있다. 타사 서비스를 알렉사와 연동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인 ‘알렉사 스킬 키트(ASK)’를 개발자들에게 제공하며 알렉사에 연동되는 제품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것이다. 퀴즈게임 서비스와 스토리텔링 콘텐츠 등도 알렉사와 연동되고 있다.

구글은 AI 서비스 ‘구글 홈’을 통해 유튜브 뮤직, 스포티파이, 판도라, 아이하트라디오 등 다양한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언어공부 서비스 ‘부슈우’나 음악 맞히기 게임 ‘송팝’도 추가했다. 애플은 2013년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인 ‘아이튠스 라디오’를 공개하며 일찍부터 AI로 들려줄 수 있는 오디오 콘텐츠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AI) 홈비서 제품인 SK텔레콤의 ‘누구’(왼쪽)와 KT의 ‘기가 지니’. 둘 다 스피커 형태로 ‘멜론’과 ‘지니’ 등 음원 서비스와 연동된다. ‘누구’는 위키백과 음성 검색, 구연동화, 팟캐스트 등 콘텐츠도 제공한다. SK 텔레콤·KT제공
국내에서 대표적인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AI) 홈비서 제품인 SK텔레콤의 ‘누구’(왼쪽)와 KT의 ‘기가 지니’. 둘 다 스피커 형태로 ‘멜론’과 ‘지니’ 등 음원 서비스와 연동된다. ‘누구’는 위키백과 음성 검색, 구연동화, 팟캐스트 등 콘텐츠도 제공한다. SK 텔레콤·KT제공
국내에서도 지난해 SK텔레콤이 ‘누구’를, 지난달 KT가 ‘기가 지니’ 등 홈 비서 AI 서비스를 발표하면서 오디오 콘텐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SK텔레콤은 ‘누구’를 통해 위키백과 한국어판의 표제어 약 30만 개에 대한 간단한 답변이 가능토록 했다. FM 라디오 채널은 물론 음원 서비스 ‘멜론’과 연동해 구연동화 등 약 4200개 어린이 특화 콘텐츠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국내 최대 팟캐스트 포털 ‘팟빵’과 제휴해 팟빵이 추천하는 에피소드도 청취하는 것이 가능하다.

SK㈜ C&C는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 2017에서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소녀시대, 엑소 등 연예인들의 음성 콘텐츠가 담긴 인공지능 스피커 ‘위드’의 시제품을 선보였다.

오디오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한 투자도 활발하다.

상반기 중 AI 스피커를 출시할 예정인 네이버는 지난해 12월 차세대 오디오 콘텐츠 제작과 기술 지원을 위해 3년간 매년 100억 원씩, 총 3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글을 음성으로 바꾸는 음성 합성, 대화형 인공지능 플랫폼 ‘아미카’ 등에 관한 기술도 가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달 25일 PC와 모바일에서 오디오 콘텐츠를 들을 수 있는 ‘오디오클립’ 베타버전을 출시했다. 지난해 말 유럽 지역의 첫 투자처로 선택한 곳도 음향 기술 스타트업인 프랑스의 ‘드비알레’였다.

카카오는 팟빵과 제휴하기로 하고 카카오톡 채널에서 콘텐츠를 공급하는 ‘카카오톡 채널’에 팟빵을 입점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6일(현지 시간) 미국의 음성인식 기기 분석업체 보이스랩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AI가 장착된 음성인식 기기는 세계적으로 2450만 대 정도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170만 대, 지난해 650만 대가 팔린 것과 비교해 보면 2년 연속 약 4배씩 급성장하는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AI 홈비서는 낯선 장비인 만큼 편하게 찾고 들을 수 있는 음성 콘텐츠의 제공 여부가 경쟁의 성패를 가를 가능성이 높다. 오디오 콘텐츠 및 관련 기술 개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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