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민초의 삶, 뜨거운 생명력으로 표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제2회 박수근미술상 심사평
기존 틀에서 벗어난 실험성-조형미 돋보여
작가 김진열 “이 시대 고통받는 사람에 초점”

‘거돈사지―불휘깊은 나무’, 2015년 작. 강원 원주시 거돈사지에 있는 오래된 나무를 그렸다. 김진열 작가는 세파에 휩쓸리지 않는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건한 자세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거돈사지―불휘깊은 나무’, 2015년 작. 강원 원주시 거돈사지에 있는 오래된 나무를 그렸다. 김진열 작가는 세파에 휩쓸리지 않는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건한 자세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밀레가 바르비종에서 그린 건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힘겨운 처지의 농민들이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바로 세상의 기둥이고 중심이라는 걸 밀레는 보여 줬어요. 박수근 선생의 작품에도 그런 사회의식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런 믿음을 갖고 작업해 왔고요.”

6일 강원 원주의 작업실에서 전화로 만난 제2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 김진열 작가(65)는 “사회 문제를 직접 얘기하기보다는 사회 부조리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모습을 작품으로 보여 주고자 했다”라고 자신의 작품 활동에 의미를 부여했다. 심사위원단은 김 작가의 작품에 대해 “궁핍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형상과 수백 년의 풍상을 겪어 온 나무의 이미지 등을 간결하게 응축해, 뜨거운 생명력이 넘치는 질감으로 표현했다”라면서 “사회와 삶을 응시하면서 이를 독자적인 기법의 회화로 성취해 온 업적은 박수근 선생의 생애 및 예술세계와도 겹친다”라고 평했다.

심사위원인 미술평론가 송미숙 성신여대 명예교수, 박수근 화백의 장남이자 화가인 박성남 씨, 화가 곽남신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박영택 경기대 교수, 미술평론가 변종필 장욱진미술관장은 회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김 작가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김 작가는 서울과 부산, 원주, 일본 도쿄, 미국 로어노크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예술의전당과 금호미술관 개관 기념전,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아시아현대미술전 등에서 초대작가로 작품 활동을 해 왔다. 1986년부터 2012년까지 원주 상지영서대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원주환경운동연합 의장을 맡는 등 사회 활동도 활발히 했다.

‘눈맞춤’, 2015년 작. 아이를 등에 업은 아버지가 아이와 눈을 맞추는 모습. 두 아들을 업어 키운 작가의 다정한 기억이 담겼다.
‘눈맞춤’, 2015년 작. 아이를 등에 업은 아버지가 아이와 눈을 맞추는 모습. 두 아들을 업어 키운 작가의 다정한 기억이 담겼다.
송 교수는 “김 작가는 일상의 소재를 셰이프트 캔버스(shaped canvas·기성의 사각형 캔버스가 아닌 다양한 형태와 모양을 갖춘 캔버스)를 이용한 강렬한 구성으로 감동을 주었다”라고 말했다. 박성남 씨는 “현실의 언어를 작품에 일관되게 추구한 작가로서, ‘지금, 여기’의 문제를 역동적으로 다뤘다”라고 밝혔다. 곽 교수도 “김 작가의 강한 표현적 이미지들은 인간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박수근의 정신과 예술세계에 걸맞은 투지를 가진 작가”라고 평했다.

‘중년’, 2012년 작. 생활에 지친 중년 사내의 피로한 모습을 담았다. 박수근미술관 제공
‘중년’, 2012년 작. 생활에 지친 중년 사내의 피로한 모습을 담았다. 박수근미술관 제공
심사위원단은 “시대성을 담고 있는 뚜렷한 어법과 시선으로 현대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냈다”라면서 “기존 틀에서 벗어난 실험적인 태도와 독특한 조형성이라는 형식과 내용으로 서민의 모습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중심의 미술계에 대안을 제시하면서 예술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긴다는 이 상의 취지에 적합하다”라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박수근미술상#김진열 작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