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선물은 곧 뇌물? 공동체 결속 위한 ‘미풍양속’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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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인류학의 아버지, 마르셀 모스/마르셀 푸르니에 지음/변광배 옮김/1104쪽·5만원·그린비

 ‘프랑스 인류학, 민족 학문의 아버지.’

 프랑스에서는 인류학 사회학 종교사학에서 두각을 나타낸 학자로 유명하지만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인물인 마르셀 모스(1872∼1950). 그가 뜬금없이 부정청탁금지법이 예고된 뒤부터 한국에서 이름나기 시작했다. 선물이 금기시되는 상황 속에서 90여 년 전 선물(膳物)의 순기능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모스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증여론’(1925년) 속 ‘포틀래치(potlatch)’는 이를 잘 보여 주는 사례다. 포틀래치는 서북부 아메리카 등지에서 관찰되던 투쟁적 성격의 선물 교환 의식이다. 규칙은 상대에게서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주기. 그럴수록 증여자의 위신은 높아진다. 이를 통해 부의 재분배가 이뤄지고 재산 잃은 지도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 oblige·높은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실현하며 공동체의 결속을 유도한다. 그의 주장이 맞는다면 5만 원 이하로 선물을 규정하고 직무 연관성이 있는 사람끼리는 이마저도 불가능하게 한 한국의 부정청탁금지법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나쁜 제도다.

 한 끗 차로 뇌물 교환일지 모를 위험을 긍정한 그의 발칙한 생각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모스에 대한 유일한 평전인 이 책은 4부 18장에 2200여 개의 주석을 달며 촘촘히 구성해 그의 생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았다. 그가 유명 사회학자인 에밀 뒤르켐(1858∼1917)의 조카라는 사실, 즉 ‘금수저’라는 사실부터 그의 성씨인 ‘모스(Mauss)’가 사실 독일어로 생쥐를 뜻하는 ‘Maus’로부터 유래했다는 헛웃음 나오는 시시콜콜한 사실까지.

 하지만 학자로서 정치, 사회주의 운동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뤼마니테(인류)’지 기자로도 활동한 그의 치열한 삶의 고민을 좇다 보면 선물에 대한 그의 긍정이 단지 공상(空想)에서부터 기인한 것은 아니라는 확신도 생긴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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