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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준 100점… 잘했어, 꼬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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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준 100점… 잘했어, 꼬꼬마!

이원주기자 , 정윤철기자 입력 2016-08-22 03:00수정 2016-08-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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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 마지막 올림픽 4위로 마감
4년 만에 다시 선 올림픽에서도 메달을 목에 걸 순 없었다. 동메달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던 선수가 연기를 마친 뒤 전광판에 기록된 자신의 순위는 4위였다. 2012년 런던 올림픽(5위)보다 딱 한 계단 올랐다. 그러나 그는 눈물 대신 웃음을 지었다. 장내 아나운서는 “밝게 웃으며 연기를 펼친 손연재(22·연세대)가 끝까지 우리를 향해 웃고 있다”고 말했다.

손연재가 참았던 눈물을 쏟은 것은 모든 경기가 끝난 뒤였다. 메달리스트들을 축하해 주고 자리에 앉았을 때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올림픽 메달에 대한 부러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손연재는 “너무 힘들어서 하루에도 수십 번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겨낸 내가 스스로 대견했다. 무거운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후련함 때문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손연재는 21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4종목 합계 72.898점으로 4위를 기록했다. 3위 간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73.583점)와는 0.685점 차였다. 손연재와 함께 훈련을 해 온 마르가리타 마문과 야나 쿠드(렵,엽)체바(이상 러시아)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손연재는 올림픽 메달 획득에 대한 압박감에도 실수 없이 4종목 모두 18점대의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리듬체조 강국’ 러시아와 동유럽 선수들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손연재는 “많은 분이 원하셨던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4년 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 온 끝에 런던 때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말했다. 실수가 나왔던 예선(20일)과 달리 결선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친 것에 만족한 듯 손연재는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매트에 나가서 연습해 온 것을 다 보여주자고 다짐했는데 성공적으로 연기를 마쳐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메달리스트가 아니지만 조금 느려도 끊임없이 노력해서 발전해 왔다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나 스스로에게 점수를 준다면 100점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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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손연재는 리우 올림픽이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일 수 있다고 밝혀 왔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일단은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 아직 올림픽 이후는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쉬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1시간여의 도핑 테스트를 마친 손연재는 경기장을 나가기 직전 ‘두 명의 엄마’를 꼭 껴안으면서 감사를 표했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일기장에 ‘올림픽 등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손연재가 되자’고 써왔던 목표를 이뤄낸 것은 흔들릴 때마다 나를 붙잡아준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딸의 경기복을 손수 만드는 열정으로 손연재를 키워 온 어머니 윤현숙 씨(48)에게도 리우 올림픽은 잊지 못할 기억이 됐다. 2년 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뒤 은퇴를 생각했던 딸의 마음을 돌려놓은 사람이 윤 씨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 네가 보여주지 못한 것들이 많으니까 좀 더 노력해서 올림픽에서 멋지게 마무리하자고 설득했다. 내 말을 듣고 잘 따라와 준 딸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아시아경기 뒤 손연재는 목표의식을 상실해 고민에 빠졌었다고 한다. 손연재는 “내가 즐거워서 운동을 해야 하는데 주위의 기대를 채워주기 위해 매트에 나선다는 생각이 들어 힘들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올림픽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끝까지 나를 붙잡은 어머니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울고 있는 손연재를 가장 먼저 품에 안고 격려해준 사람은 ‘리듬체조 엄마’ 옐레나 리표르도바 코치(42·러시아)였다. 손연재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가 끝난 뒤부터 리표르도바 코치와 전담 계약을 맺고 함께 훈련을 해왔다. 손연재가 세계 최강 러시아 리듬체조 선수들이 가득한 노보고르스크에서 혹독한 전지훈련을 할 때 그를 지도한 사람이 리표르도바 코치다. 리표르도바 코치는 출산 후 몸조리를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도 훈련장에 나와 손연재를 지도하는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손연재는 “6년간 코치님과 정말 많이 싸우면서 밉기도 했고, 다시는 보지 말자고도 했다. 하지만 코치님은 2010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2등 한 나를 올림픽 4위로 만들어 주신 고마운 분이다”라고 말했다. 윤 씨는 “리표르도바 코치는 연재에게 ‘네가 없는 러시아는 이제 상상하기 싫다. 꼭 다시 돌아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손연재는 경기를 끝낸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후프 등 수구를 들고 걸어가다 뒤돌아보며 찍은 사진을 남기며 “진심을 다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온 힘을 다해 경기를 끝냈다”며 “해 왔던 노력을 다 보여줬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었다”고 썼다. 또 “어떤 금메달보다 행복하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누리꾼들은 “최고 수준의 연기를 보여준 노력과 도전 정신에 감사한다” “리듬체조에 바친 시간만큼 더 즐기며 지내길 바란다”는 글을 올리며 손연재를 응원했다. 외국인의 응원 댓글도 적지 않았다. 해외 누리꾼들은 “나에게 당신은 최고의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는 한국에서 온 빛나는 별이며 특별하고 고귀한 존재” 등의 칭찬을 남겼다.
 
리우데자네이루=정윤철 trigger@donga.com / 이원주 기자
#손연재#리듬체조#올림픽#4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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