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들 다시 ‘죽음의 바다’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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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끔찍하다. 바다에 수많은 송장이 떠다니고, 숨을 쉬지만 반응하지 않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듯한 사람도 많았다.”(독일 비정부단체 ‘시워치’ 구조대원 지오르지아 리나르디)

발칸 반도를 통해 유럽으로 향하는 길이 막히면서 지중해를 건너는 리비아∼이탈리아 루트가 난민들의 유럽행 탈출 루트로 주목받고 있다. 날씨가 풀리자 난민을 가득 태운 노후 선박들이 속속 리비아를 떠나고 있지만 전복 사고가 잇따르면서 지중해가 ‘죽음의 바다’로 변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29일 지난 한 주에만 보트를 타고 리비아 해안을 떠나 지중해를 건너던 난민 1만3000∼1만5000여 명이 구조되고 7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는 25∼27일 난민선 3척이 전복된 사고 때문이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3건의 난파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900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시리아와 이라크 출신 난민 130만여 명이 유럽으로 몰려들었다. 에게 해를 건너는 터키∼그리스 루트를 주로 이용했다. 하지만 올 들어 발칸 국가들이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터키가 유럽연합(EU)과 난민 송환 협정을 맺으면서 에게 해를 이용한 유럽행이 급감했다. 이후 난민 밀입국업자들이 훨씬 더 위험한 리비아∼이탈리아 루트로 눈을 돌리면서 지중해가 다시 무덤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들은 대부분 정정이 불안한 북아프리카 지역 주민들이다. 리비아는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내전이 이어지는 데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마저 개입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또 소말리아는 테러조직 알샤밥의 횡포가 심하고 에리트레아는 독재를 견디다 못한 국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또 수단 서부 다르푸르 주에서는 내전이 계속되고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 출신 난민들도 유럽으로 건너가기 위해 리비아로 몰려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지중해상에서는 이탈리아, 독일, 아일랜드 해군이 합동으로 순찰 및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도 구조수색 보트 2대를 리비아 해안에 배치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에선 반(反)난민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EU는 회원국에 수만 명의 난민을 분산 배치하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가 반발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물론이고 스위스와 프랑스도 유럽 내 통행 자유를 규정한 솅겐조약 적용을 중지하고 이탈리아와 접한 국경을 부분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28일 지중해를 건너다 죽은 난민 소녀의 주황색 구명조끼를 손에 들고 목숨을 잃은 난민을 애도했다. 교황은 “난민은 위험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며 유럽인들의 관용을 촉구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유럽난민#죽음의바다#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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