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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신, 인간에게 묻다 “나와 함께 갈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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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신, 인간에게 묻다 “나와 함께 갈 준비가 되었는가”

조종엽기자 입력 2015-12-12 03:00수정 2015-12-12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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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위대한 질문·인간의 위대한 질문/배철현 지음/508쪽, 352쪽·2만8000원, 2만4000원·21세기북스
고전문헌학자인 배철현 교수
번역되는 과정에서 달라진 성서… 원래 의미 복원하고 의도 추측
이야기에서 교훈 찾아 쉽게 풀어
독일 화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1809년 작품 ‘해변의 수도승’. 배철현 서울대 교수는 “이 그림은 자신과 우주, 주체와 객체, 겉모습과 심연, 인간과 신의 거침없는 충돌에 대한 은유”라고 말한다. 21세기북스 제공

현대의 성서는 모두 번역서다. 구약성서는 히브리어와 아람어로, 신약성서는 그리스어로 쓰였다. 이후 라틴어로 옮겨진 성서가 공인된 권위를 얻었고 다시 영어와 한국어를 비롯한 다양한 언어로 번역됐다.

번역은 운명적으로 유사한 단어로의 대체나 축약과 같은 의미 변화를 겪는다. 성서 번역에는 그런 일이 없었을까.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인 저자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셈족어와 인도·이란어 고전문헌학을 동시에 전공하는 등 다양한 고대 언어를 연구한 고전문헌학자다. 저자는 번역되며 변형된 성서의 원래 의미를 복원해내고, 역자들의 의도까지 추측해낸다.

“내가 이 아이와 저리로 가서, 예배를 드리고….”(창세기 22장 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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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에서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인 아브라함이 자신의 아들 이삭을 신에게 바치려는 순간이다. 책에 따르면 히브리어 성서 원문에는 아브라함이 이삭을 지칭한 단어는 ‘이 아이’가 아니라 ‘건장한 청년’을 뜻하는 단어였다. 그런데 기원전 3세기 그리스어 번역인 ‘칠십인역’과 기원후 5세기 라틴어 번역인 ‘불가타’에서는 ‘이 아이’가 됐다. 저자는 “아브라함의 신앙을 칭송하기 위해 당대 역자들이 일부러 오역한 것”이라며 “성서의 이 부분은 아브라함이 약 37세 정도인 아들 이삭에게 영적인 권위를 넘기는 이야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과일을 따 먹은 나무는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가 아니라 ‘모든 지식의 나무’가 원래 의미에 가깝다고 한다. 저자는 “이 나무의 열매를 먹었다는 상징은 인간의 오만과 원죄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책은 성서의 풍부한 의미를 살려냈다. 예수는 빌라도 총독에게 “나는 진리를 증언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말한다. ‘증언하다’는 그리스어 ‘마르튀레오(martyreo)’인데 ‘죽을 각오를 하고 실행에 옮기겠다고 말하다’이고, 예수가 사용한 아람어로는 ‘샤하다(shahada)’인데 ‘순교하다’라는 뜻도 담겨 있다.

얼핏 난해할 것 같은 책이지만 이야기에서 교훈을 이끌어내는 식으로 구성돼 쉽게 읽힌다. 저자는 신의 질문에 주목한다. ‘신의 위대한 질문’은 구약, ‘인간의 위대한 질문’은 신약에 나오는 물음이 화두다.

“너는, 네가 살고 있는 땅과, 네가 난 곳과, 너의 아버지의 집을 떠나서, 내가 보여주는 땅으로 가거라.”(창세기 12장 1절)

구약에서 신은 아브람(신으로부터 아브라함이라는 이름을 받기 전의 이름)에게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향을 떠날 수 있는가’를 묻는다. 히브리어 원문의 첫마디는 ‘레크 르카(lek lka)’다. ‘레크’에는 ‘버리다’라는 의미가 있고 ‘르카’는 ‘너를 위해서’라는 뜻이다. 저자는 “신이 우리가 일생을 통해 일군 안전장치나 기득권을 버리고 신과 동행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물은 것”이라며 “신의 명령은 ‘우리 자신’을 위해서다”라고 말한다.

아브라함이 사막에서 왕처럼 대접한 낯선 이는 사실 신이었다. 저자는 “‘거룩함’이라는 뜻인 히브리어 ‘카도쉬(kadosh)’의 원래 의미는 ‘다름’”이라며 “낯선 타자를 성찰의 기회로 삼고 섬김의 대상으로 만들 때 그 ‘다름’이 바로 신이 된다”고 말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신의 위대한 질문#인간의 위대한 질문#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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