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작논란’ 고흐 유작 실소유주, 200억대 사기혐의로 수배당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7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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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2010년 위작(僞作) 논란을 일으킨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유작 ‘마차와 기차가 있는 풍경’의 실소유주 전모 씨(48)를 200억 원대 투자금 사기 혐의로 수배하고 공범인 조모 변호사(50) 등 2명을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 조종태)는 전 씨가 2011~2013년 “일본 재벌가에서 수천 억 원이 들어오면 수익을 나눠주겠다”며 경비 명목으로 227억 원을 뜯어간 뒤 갚지 않았다는 재력가 이모 씨의 고소에 따라 올해 초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조사 결과 수산업체를 운영하던 전 씨는 2007년 7월 독일 국적의 서모 씨를 앞세워 “진품 ‘마차와 기차가 있는 풍경’이 미술 애호가인 서 씨 선친의 고택에서 발견됐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 작품은 고흐가 1890년 스스로 목숨을 끊기 한 달 전 그린 것으로 알려진 가로 90㎝×세로 72㎝ 크기의 유화다. 서 씨는 당시 “러시아 푸시킨박물관에 전시된 ‘마차와 기차가 있는 풍경’은 가짜”라고 주장했다. 서 씨가 “해외에서 작품을 3억 달러(당시 약 3300억 원)에 사가려는 의사를 보인다”며 서울 코엑스에서 연 고별전에는 관람객이 수없이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전 씨는 이미 2005년 12월 네덜란드 ‘반 고흐 미술관’ 측으로부터 자신의 소장품이 위작이라는 감정을 받은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 정부와 동남아 왕실 등에서 백지 수표를 제시하며 작품 구입 의사를 밝히고 있다”던 서 씨의 홍보 내용과 달리 작품도 팔리지 않았다.

그림을 비싸게 팔아 채무를 변제하려던 계획이 틀어지자 전 씨는 투자 사기를 벌이다 2008년 사기죄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고 2011년에도 또 한 차례 사기죄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전 씨는 당시 피해자에게 추사 김정희의 글씨와 혜원 신윤복의 산수도 등 미술 작품을 담보로 줬다가 뒤늦게 위작이라는 사실을 들키기도 했다.

검찰은 전 씨가 피해자들에게 합의금을 물어주느라 형편이 어려워지자 이 씨를 상대로 다시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5월 수사를 피해 도주한 전 씨를 26일 기소중지하고 공범 이모 씨(45)를 구속기소, 조 변호사를 불구속기소했다.

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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