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레유 페리에 “영화에 대한 사랑이 모여 만든 뜻깊은 전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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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필리프 가렐’ 특별전 맞아 내한 佛배우 미레유 페리에

25년 전에 조연으로 출연한 필리프 가렐 감독의 영화 ‘더 이상 기타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스틸 사진 속 자신의 얼굴 앞에 선 프랑스 여배우 미레유 페리에 씨.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5년 전에 조연으로 출연한 필리프 가렐 감독의 영화 ‘더 이상 기타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스틸 사진 속 자신의 얼굴 앞에 선 프랑스 여배우 미레유 페리에 씨.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소년, 소녀를 만나다’(1984년). 1990년대 중후반 서울 곳곳 카페 벽에 장식용으로 붙어 있던 영화 포스터 패널 중 하나다. 레오 카락스가 연출한 영화를 보지 못한 이라도 검푸른 밤하늘 아래서 번민하는 남녀의 강렬한 이미지를 기억하는 포스터. 그 영화의 주인공인 프랑스 여배우 미레유 페리에 씨(56)가 2016년 2월 2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필리프 가렐-찬란한 절망’전 오프닝 게스트로 17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필리프 가렐 감독(67)은 16세 때 데뷔해 ‘영화계의 랭보’로 주목받으며 사적인 주제를 사실적으로 파고드는 독특한 영화 세계를 구축해 왔다.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 16편을 상영하고 3편을 설치작품으로 재구성한 특별전이다. 페리에 씨는 메인 전시작품인 1985년작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그토록 많은 시간을 보냈다’의 주연을 맡았다.

출연작 ‘동정 없는 세상’(1989년)의 한국 개봉을 맞아 1998년 서울을 찾았던 그는 “그때보다 도시 공간과 사람들의 모습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해졌다. 파리에서 느낄 수 없는 생기와 활력이 확 다가드는 건 여전하다”고 했다.

“그때는 한국뿐 아니라 유럽 등 세계 영화계가 대체로 ‘좋은 시절’을 보냈다. 미국 할리우드 상업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주제와 형식의 작품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지금은 영화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와 시선을 제시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예술의 영역에서 활로를 찾고 있는 듯하다. 5월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로 은사자상을 받은 한국의 임흥순 감독이 좋은 예다.”

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요즘 영화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워진 35mm 아날로그 필름 영사기를 중고로 구매했다. 3차원(3D) 디지털 영화에 익숙해진 눈으로 새것처럼 프린트한 흑백필름 영상을 오랜만에 바라보는 느낌이 묘하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구시대의 유물처럼 전시되는 것에 대해 페리에 씨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차분히 둘러보니 곧 까닭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시대의 영화에 대한 사랑스러운 기억을 간직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이뤄낸 전시라고 생각한다. 픽션과 다큐멘터리,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에 골몰한 가렐 감독이 다음 달 전시장에 오면 무척 행복해할 거다. ‘동정 없는 세상’에서 나는 사랑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고 믿는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의 모든 일은 ‘사랑의 영역’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미레유 페리에#필리프 가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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