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가 낳은 美 혼혈입양인들 ‘어머니 나라’를 그리워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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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용사의 딸’ 주디 드레이퍼 美 세인트루이스 판사

미국인 참전용사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주디 드레이퍼 세인트루이스 시 지방법원 판사가 집무실에서 얘기하고 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인 참전용사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주디 드레이퍼 세인트루이스 시 지방법원 판사가 집무실에서 얘기하고 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6·25전쟁 당시 미군 흑인 참전용사의 딸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한 주디 드레이퍼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시 지방법원 판사(60)가 미국 가정에 입양된 혼혈인들의 고향 방문 사업에 앞장서기로 했다.

1959년 미8군 무용수 출신 어머니 여이순 씨(77)와 함께 미국에 와 현재 시카고 총영사관 명예영사로 일하고 있는 드레이퍼 판사는 외교부가 주최하는 세계 명예영사 모국 초청 행사에 미국 대표로 초대돼 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어머니의 나라’ 한국을 찾는다.

2011년 처음 한국을 방문해 같은 처지의 가수 인순이 씨를 만나 화제를 모았던 드레이퍼 판사는 두 번째 모국 방문 기간에 이재홍 파주시장을 만나 수만 명에 이르는 미국 내 6·25전쟁 혼혈 입양인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정과 관심,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다.

이 시장은 현재 파주 관내에 6·25전쟁 당시 기지촌 여성과 이들이 낳은 흑인 혼혈인들을 기리는 ‘어머니의 품’ 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만 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내 6·25전쟁 혼혈 입양아들의 존재는 그동안 역사 속에 가려져 왔다. 부모에게 버려져 미국으로 입양된 혼혈인들은 미국 사회에서 미국인도 아니고 아시아계 이민자도 아닌 ‘캠프타운 베이비’ 또는 ‘아메이시안’이라는 이름으로 차별을 당하며 자라야 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내 혼혈 입양인들은 스스로 단체를 만들어 정체성을 공유하고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과의 관계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미앤드코리아(Me & Korea)’라는 단체가 올해 9월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시에서 주최한 콘퍼런스에는 미국 전역에서 200여 명의 혼혈 입양인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드레이퍼 판사도 흑인 남편인 조지 드레이퍼 미주리 주 대법관과 함께 이 행사에 참석해 이들의 아픔을 함께했다.

드레이퍼 판사는 “6·25전쟁 과정에서 태어나고 버려진 미국 내 혼혈 입양인들이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을 방문해 5000년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배우고 이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앤드코리아’ 대표인 김민영 씨는 “이미 60대 이상이 대부분인 미국 내 혼혈 입양인들은 자신의 건강이 더 나빠지기 전에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한다”며 “최근에는 자신들이 죽어서 이름을 남길 수 있는 한국 내 추모 장소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 혼혈 입양인들은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미국에 살고 있는 참전용사 아버지를 찾는 등 뿌리 찾기 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들이 한국에 있는 어머니를 찾아 만난 사례는 한 건도 없다고 김 씨는 전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6·25전쟁#입양#혼혈인#어머니의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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