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두 가지 꿈을 이룬 조무근, 마지막 남은 한가지 소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27일 05시 45분


입단 당시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kt 투수 조무근은 올 시즌 중반 마무리투수로 올라서며 1점대 방어율을 달성하고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다. 마지막 남은 kt의 우승을 위해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스포츠동아DB
입단 당시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kt 투수 조무근은 올 시즌 중반 마무리투수로 올라서며 1점대 방어율을 달성하고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다. 마지막 남은 kt의 우승을 위해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스포츠동아DB
국가대표 되기·1점대 방어율 이미 달성
“신인왕 꿈은 없었다…팀 우승만 남았다”

프로에 갈 수 있을지 못 갈지 졸업 후 진로가 불투명했던 대학생 투수가 있었다. 그러나 큰 꿈을 품고 있었다. ‘국가대표 되기, 1점대 방어율 투수 되기, 그리고 팀 우승.’ 무척이나 어려워 보이는 목표지만 꿈은 클수록 좋다고 했다. 가까스로 프로에 입단한 이 투수는 1년 동안 몇 가지를 이룰 수 있었을까.

생각보다 많은 신인들이 단 한번도 1군 무대에 서지 못하고 사라진다. 1년의 시간은 무척 짧았지만 야구의 매력은 언제나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 있다.

고교 2학년 때까지는 포수였다. 하루 종일 쭈그리고 앉아 공을 받다보니 무릎이 종종 아팠다. 중학교 때 한번, 고교 때 한번 무릎 통증 때문에 운동을 잠시 쉬었다. 그 때마다 키가 훌쩍 자라 190cm를 넘어 198cm까지 됐다. 중학교 때는 농구부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다. 키가 커지면서 고교 2학년 때 투수로 변신했다. 그러나 공은 빠르지 않았다. 대학 졸업을 앞둘 때까지 최고 스피드는 130km에 머물렀다.

상원고를 졸업하고 성균관대에서 투수로 4년을 보낸 조무근(24)은 대학 시절 별명이 ‘노예’였다. 에이스가 아니었기에 이길 때나 질 때나 자주 마운드에 오르면서 생긴 별명이다.

2015년을 앞두고 2명의 투수가 신생팀 kt의 특별우선지명을 받았다. 이후 10명의 1차지명선수가 발표됐다. 신인드래프트에선 5라운드까지 50명, 그리고 1라운드 종료 후 3명의 kt 특별지명까지 53명의 이름이 불렸다. 특별지명과 1차지명을 더하면 65번의 선택이 끝난 뒤 성균관대 4학년 조무근의 이름을 kt가 불렀다. 1군 데뷔를 앞둔 kt에는 2년 동안 선발한 쟁쟁한 신인들이 많았다. 스포트라이트는 특별지명으로 뽑힌 주권과 홍성무에게 쏟아졌다.

2014년 11월 제주 오라구장에서 진행된 kt의 마무리캠프에서 조범현 감독은 “다른 젊은 투수들도 큰 가능성을 갖고 있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투수들이 많다. 158km를 던지는 안상빈도 있고, 조무근이라고 키 큰 대졸 투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연히 관심은 158km를 던지는 안상빈에게 쏠렸다.

그러나 조무근은 묵묵히 훈련하고 있었다. 큰 키를 활용해 공의 무게를 더하라는 특명을 받고 정명원, 전병호 투수코치와 함께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새롭게 바꿔나갔다. 하체는 단단해졌고, 큰 키에서 나오는 팔 스윙을 이용해 148km의 빠른 공과 더불어 스플리터로 착각될 정도로 낙차가 큰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게 됐다. 타자들은 당황했다.

올 시즌 조무근은 kt의 마무리투수로 올라서며 71.1이닝 동안 방어율 1.88을 기록했다. ‘1점대 방어율 투수 되기’라는 꿈을 첫 시즌에 달성했다. 그리고 1점대 방어율은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 국가대표 유니폼을 안겼다. 대회 우승이라는 감격도 누렸다.

24일 KBO 시상식에 조무근은 신인왕 후보로 참석했다. 그는 구자욱(삼성)의 신인왕 수상을 축하하며 웃었다. 그리고 “야구선수로 3가지를 꿈꿨다. 신인왕은 그 꿈에 없었다. 1점대 방어율, 국가대표 선발, 그리고 팀 우승이다. 벌써 2가지를 이뤘다. 이제 딱 하나 kt의 우승이 남았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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