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감기엔 쌍화탕보다 쌍패탕·쌍금탕이 효과적?

  • 입력 2015년 11월 19일 14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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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화탕, 육체피로·허약체질 개선 위해 처방 … 광동제약 7제품 중 ‘광동쌍화탕’만 일반약, 나머진 의약외품

요즘처럼 날씨가 서늘해지기 시작하면 온음료 매출이 껑충뛰는데 특히 쌍화탕의 인기가 높다. 흔히 쌍화탕이라고 하면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파는 갈색병에 들은 쌍화탕을 떠올리지만 원래 중국 송나라 시절에 등장한 유래 깊은 처방법이다. 또 여기에 다른 한약을 섞어 만든 ‘쌍패탕’이나 ‘쌍금탕’을 증상에 따라 처방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쌍화탕=감기약’ 공식도 사실과 조금 다르다. 쌍화는 감기약이라기보다는 면역력을 올려주는 보약류이며, 감기 개선엔 오히려 치료약재를 첨가한 쌍패탕이나 쌍금탕이 효과적이다. 쌍화탕·쌍패탕·쌍금탕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각각 어떤 효과를 나타내는지 송우섭 자생한방병원 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쌍화탕은 기(氣)와 혈(血)을 쌍(雙)으로 조화롭게 해준다는 의미를 가진다. 중국 송나라 태종 때 진사문 등이 명을 받아 지은 의서인 ‘태평혜민화제국방(太平惠民和劑局方)’에 처음 등장한다. 이후 여러 의서에서 허약하고 피로한 증세와 관련한 처방으로 언급됐으며 허준이 지은 ‘동의보감’의 잡병편 허로문에도 인용돼 있다.

송 원장은 “쌍화탕은 보통 백작약, 숙지황, 황기, 당귀, 천궁, 계피, 감초, 생강, 대추 등을 달여 만든다”며 “동의보감에 따르면 정신적·육체적으로 피로하고 기혈이 상하거나, 남녀간 성관계를 가져 기력이 떨어지거나, 큰 병을 앓고 난 뒤 기운이 빠져서 저절로 땀이 흐르는 증상을 치료하는 데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흰쥐를 대상으로 진행된 동물실험에서 항피로, 간기능 개선, 항염증 효과 등을 나타내기도 했다. 조선시대엔 왕이 침소에 들기 전 올렸던 약으로 기록돼 있기도 하다.

쌍화탕이 감기약으로 알려진 데에는 ‘작약’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작약은 미나리아재비과 식물로 한국, 몽골 등 동아시아 지역에 분포해 있다. 꽃이 아름다워 중국 황실에서 원예용으로 재배됐고, 뿌리 부분은 한약재로서 진통·복통·월경통·무월경·토혈·빈혈·타박상 등에 사용됐다. 또 종류에 따라 백작약은 보혈약, 적작약은 열을 내리는 약으로 쓰인다.
또 근육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면역력을 높여 감기 초기에 몸살 기운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감기에 걸린 뒤 열이 심하게 오르고 통증과 오한이 심한 경우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쌍화탕에 함유된 숙지황의 경우 영양분과 기름기가 많아 과다 복용시 소화장애·설사·복창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원래 숙지황은 지황으로 불리는 약용식물의 뿌리 부분을 말려 찐 것을 의미한다. 술에 담갔다가 쪄서 말리는 과정을 9번 되풀이(구증구포, 九蒸九曝)해 만든 게 구지황으로, 약효를 으뜸으로 친다. 이밖에 당귀와 천궁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며 혈을 충만하게 공급해준다. 계피는 말초순환장애를 개선하고 체표의 혈액순환을 증가시킨다. 감초는 항염증과 항알레르기효과를 나타내고 평활근을 이완시키며 간기능을 보호한다.

쌍화탕은 한방병원이나 한의원에서 원기회복을 위해 처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드링크 제품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대중에게는 쌍화탕 제조사로 광동제약이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이 회사 제품도 종류가 다양해 차이를 알고 마시는 게 좋다. 이 회사의 쌍화탕 제품으로는 ‘광동쌍화탕’, ‘광동眞쌍화’, ‘광동참쌍화골드’, ‘광동쌍화’, ‘광동쌍화골드’, ‘광동생강쌍화’, ‘광동대추쌍화’ 등 7종류가 있다. 이 중 광동쌍화탕만 일반의약품, 나머지는 의약외품 및 기타 항목으로 구분된다. 현행법상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제품만 ‘탕’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광동쌍화탕의 경우 다른 의약외품이나 식품에 비해 작약, 황기, 천궁 등 약재의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아 원기회복 효과에 집중한 제품이다. 그에 따른 부작용도 존재하는데 고혈압, 심장애·신장장애, 부종·부기, 식욕부진, 구역·구토 등이 있는 사람은 복용 전 자신의 상태를 알리고 상담받을 필요가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제품의 효능·효과는 허약체질, 피로, 과로, 자한(自汗, 정신이 멀쩡하고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땀이 나는 증상) 등으로 인한 증상 개선에 국한된다. 즉 일부 소비자들이 고열을 내리는데 쌍화탕이 도움된다고 믿고 구매하지만 실제 쌍화탕은 몸살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간접적으로 발휘할 뿐 감기 증상을 직접적으로 개선하거나 해열하는 작용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감기 증상 개선엔 쌍패탕과 쌍금탕이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송 원장은 “쌍패탕은 쌍화탕에 패독산 처방을 추가한 감기용 한약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패독산은 길경·천궁·적복령·감초·생강·박하 등을 달여 만든다”며 “감기, 급성기관지염, 폐렴 초기, 급성 대장염, 급성 화농성질환 등에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쌍금탕은 쌍화탕에 불환금정기산을 추가한 것으로 감기 증상 개선에 효과적이다. 동의보감 잡병편 2권에 따르면 불환금정기산은 창출·후박·진피·곽향·반하·감초·생강·대추 등을 달여 만든다. ‘금으로도 바꾸지 않는다’는 뜻으로 감기, 오한, 발열, 구토, 설사, 혈변이 있는 사람에게 처방한다. 위장이 약한 사람이 감기에 걸려 맥이 약하고 설사가 나는 사람에게도 효과적이다.
송 원장은 “쌍화탕과 쌍금탕 쌍패탕은 그 기능이 각기 다르다”며 “일상에서 마시는 쌍화차는 면역력을 올려주는 오리지널 쌍화탕에 근접하긴 했지만 각기 다른 성분이 첨가된 만큼 치료 목적으로 복용할 생각이라면 전문가와 상담해 자신의 증상에 맞게 약재를 가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취재 = 박정환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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