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주니어를 위한 사설 따라잡기]시진핑 선생과 마잉주 선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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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열린 중국과 대만의 첫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은 서로를 ‘셴성(先生·선생)’이라 불렀다. 각자 자신의 정통성을 주장하며 상대방을 나라로 인정하지 않는 두 나라 정상의 ㉠고육책(苦肉策)이다.

중국에서 ‘선생’은 영어의 ‘미스터(Mr.)’나 한국의 ‘씨’ 같은 일반 경칭(공경하는 뜻으로 부르는 칭호)이다. 한국에서 선생은 교사나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을 높여 부르는 말이기도 하고 그냥 어른을 칭하기도 한다.

조선시대에 ‘선생’은 학식과 덕망이 높은 사람에게만 붙이는 호칭이었다. 옛말에 영의정 셋이 대제학 한 명과 맞먹고, 대제학 셋은 선생 하나, 선생 셋은 처사 한 명과 맞먹는다고 했다. 영의정은 조선시대 가장 높은 벼슬이었고 대제학은 정2품이었지만 대제학은 학문의 최고 권위자로서 종신 근무하는 명예로운 관직이어서 우러러봤다. 이런 대제학보다 존경받는 것이 선생이었고, 선생보다 더 존경받는 사람은 학식이 높으면서도 평생 벼슬을 하지 않고 초야에 묻혀 사는 처사였으니 옛날 선비들의 가치관을 알 수 있다.

상대를 어떻게 부르느냐는 정치적 관계 설정에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 66년 만에 열린 이번 회담에서 두 나라는 ‘하나의 중국’을 추구하되 해석과 명칭은 각자 알아서 하기로 한 ‘1992년 합의’를 재확인했다. 통일을 목표로 하면서도 분단된 현실을 인정하는 정책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시 주석의 말은 우리도 즐겨 쓴다. 중국과 대만은 올해 오고간 사람만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지난달 고작 500여 명의 이산가족이 2박 3일 만나고 다시 이별했으니 중국과 대만의 관계가 부럽다.

동아일보 11월 9일자 신연수 논설위원 칼럼 재정리

칼럼을 읽고 다음 문제를 풀어보세요.

1. 본문의 ㉠고육책은 한자 ‘苦(쓸 고)’, ‘肉(고기 육)’, ‘策(대책 책)’을 합친 말로 ‘제 몸을 상해 가면서 꾸민 대책’이라는 뜻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대책을 말하지요. 이 말이 들어간 문장을 지어 아래 공간에 써보세요.

2. 세 번째 문단을 바탕으로 처사 한 명은 선생, 대제학, 영의정 각각 몇 명과 맞먹는 수준일까요? 계산해 그 답을 써보세요.

3. 최근 중국과 대만이 첫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1949년 중국과 대만이 분단된 이후 처음이지요. 그동안 두 나라는 왜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걸까요? 지금 사이가 회복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60여 년 만에 변한 중국과 대만 관계’라는 주제로 설명하는 글을 써보세요.

김보민 동아이지에듀 기자 gomin@donga.com
#중국#대만#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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