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손으로 귀국하긴 싫다”…박인비, 더이상의 ‘넘버 2’는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6일 15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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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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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27·KB금융그룹·사진)는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상금 랭킹과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 모두 2위에 머물렀다. 당시 두 부문의 1위는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였다. 올해의 선수상에서 점수 차는 불과 5점이었다. 2012년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 2013년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을 차지하며 해마다 한 개 이상의 타이틀을 안았던 박인비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만했다.

달갑지 않은 ‘넘버 2’의 기억은 한 번으로 족하다고 여겼을까. 박인비가 16일 끝난 LPGA투어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매서운 뒷심으로 우승 트로피를 안으며 리디아 고(18)와의 개인 타이틀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이날 멕시코시티의 멕시코GC(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박인비는 보기 없이 버디 8개로 올 시즌 자신의 베스트 스코어인 8언더파 64타를 쳐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정상에 올랐다. LPGA투어 73번째 도전 만에 첫 우승을 노린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는 생애 최저타인 9언더파 63타를 몰아쳤다. 하지만 18홀 내내 표정 변화 한 번 없이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친 박인비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3타차로 준우승한 시간다는 “믿을 수 없는 기량을 보인 인비는 승리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고 칭찬했다.

이날 우승으로 박인비는 올해의 선수 포인트 30점을 보태며 이번 대회에 불참한 1위 리디아 고를 3점차로 쫓았다. 17, 18번 홀에서도 집중력을 지키며 버디를 낚은 데 힘입어 최저타수 부문에서는 69.433타로 리디아 고(69.449타)를 2위로 밀어내고 선두에 나섰다. 상금에서도 20만 달러를 보태며 시즌 상금 257만95달러를 기록해 1위 리디아 고(2758417 달러)와의 격차를 18만8000달러로 좁혔다.

박인비는 19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서 열리는 시즌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우승 상금 50만 달러)에서 대회 2연패를 노리는 리디아 고와 최고의 자리를 놓고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흠잡을 데가 없다”는 자평대로 이번 대회에서 박인비는 절정의 기량을 펼쳤다. 특히 ‘짠물 퍼팅’이 인상적이었다. 나흘 동안 라운드 당 평균 퍼팅 수는 26.5개에 불과했다. 4라운드에서 페어웨이와 그린을 놓친 홀은 각각 1개였을 만큼 컴퓨터 같은 샷 감각을 과시했다. 명예의 전당 가입 포인트 27점에 1점만을 남겨둔 박인비는 “지난해 아쉬운 마무리가 올해 의 동기부여가 됐다. 이번 우승으로 많은 기회를 잡은 만큼 남은 한 대회가 기다려진다. 시즌을 마친 뒤 빈 손으로 귀국하고 싶지 않다. 뭐라도 들고 가겠다”고 다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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