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도전정신이냐, 몸값거품이냐…ML 진출의 두 얼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16일 05시 45분


한국에 쏠린 ML의 눈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15일(한국시간)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구장에서 열린 ‘2015 프리미어 12’ 한국-미국의 B조 5차전을 지켜보고 있다. 이들은 이대호(소프트뱅크), 김현수(두산) 등 해외 진출을 노리는 한국 선수들을 체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한국에 쏠린 ML의 눈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15일(한국시간)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구장에서 열린 ‘2015 프리미어 12’ 한국-미국의 B조 5차전을 지켜보고 있다. 이들은 이대호(소프트뱅크), 김현수(두산) 등 해외 진출을 노리는 한국 선수들을 체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ML 진출 러시…전문가들이 말하는 냉정과 열정 사이

김인식 감독 “선수들 도전정신은 박수 받아 마땅”
송재우 위원 “문제는 돈…높은 세율 등 고려해야”

KBO리그에 메이저리그(ML) 진출 바람이 불고 있다. 박병호(29·넥센)는 이미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1285만달러(약 147억원)에 미네소타의 선택을 받았다. 손아섭(27·롯데)은 16일 포스팅을 신청할 예정이고, 황재균(28·롯데)도 포스팅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고 싶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이대호(33·소프트뱅크) 역시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FA 김현수(27·두산)는 직접 해외 진출 의사를 밝힌 적은 없지만,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서 맹활약하며 ML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프리미어 12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KBO리그 선수들의 ML 진출 러시에 대해 “도전만으로 박수 받을 일”이라고 응원했다. 그러나 세계 각지에서 빼어난 실력을 지닌 선수들이 모이는 곳이 ML 무대다.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열정과 더불어 냉정한 자기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열정

ML은 강정호(28·피츠버그)의 성공적 연착륙 이후 KBO리그 타자들의 경쟁력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대호, 김현수 등이 주목받는 이유다. ML에 정통한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이대호, 김현수 모두 경쟁력이 있다”며 “이대호는 일본에서 실력이 입증된 거포 1루수고, 김현수는 외야수뿐 아니라 1루수도 가능하다는 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인식 감독도 “(이)대호는 아시아존에서 검증됐고, (박)병호도 몇 년간 꾸준히 좋은 활약을 했다. ML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은 돈도 돈이지만, 큰 무대에 서고 싶다는 열정 때문에 ML 진출을 꾀하는 게 아니겠느냐. 그 정신은 박수 받아 마땅한 일이다”고 격려했다.

내년 시즌에는 이대호(소프트뱅크·왼쪽)와 박병호(넥센·오른쪽)가 나란히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비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이들뿐만 아니라 김현수(두산), 손아섭, 황재균(이상 롯데) 등 수준급 타자들이 연이어 메이저리그 진출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내년 시즌에는 이대호(소프트뱅크·왼쪽)와 박병호(넥센·오른쪽)가 나란히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비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이들뿐만 아니라 김현수(두산), 손아섭, 황재균(이상 롯데) 등 수준급 타자들이 연이어 메이저리그 진출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냉정

ML에 대한 도전정신은 칭찬 받을 일이다. 그러나 냉정한 자기평가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송재우 위원은 “결국 문제는 금액 아니겠는가”라며 “이대호는 일본에서 받을 수 있는 몸값과 비교가 될 것이다. 일본에선 외국인선수에 한해 거주기간 2년까지는 연봉 20%, 3년 이상은 25% 세율을 적용하지만, 메이저리그는 미 연방세금만 41%다. 여기에 추가세금까지 더해지면 보이는 금액에 비해 실수령액이 적어진다. 이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500만달러(약 58억원)를 받아도 실수령액은 연봉의 50%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송 위원은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은 2573만달러(약 280억원)였고, 6년간 (연봉 총액) 3600만달러(약 390억원)를 받는다. 연봉이 600만달러(약 70억원)다. 다른 선수들이 류현진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인식 감독은 ML 진출 이후 KBO리그 복귀 문제를 지적했다. 김 감독은 “일본도 스즈키 이치로 이후 ML 진출이 활발해졌지만 실패를 거듭하면서 거품이 빠졌다. 후지카와 규지(35·한신)도 일본에서 최고의 마무리투수였는데, ML(시카고 컵스)에 갔다가 돌아온 후 그만큼 몸값을 받지 못하지 않나. 앞으로 한국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냉정하게 전망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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