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영남 파워기업]순수 국산 대나무 숯타일로 침대 제조… 건강한 잠자리 선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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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신비로숯침대

9월 17일부터 10월 31일까지 전남 담양군에서 열린 ‘2015 담양 세계 대나무 박람회’ 관람객들이 신비로숯침대 부스에서 직접 침대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신비로숯침대 제공
9월 17일부터 10월 31일까지 전남 담양군에서 열린 ‘2015 담양 세계 대나무 박람회’ 관람객들이 신비로숯침대 부스에서 직접 침대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신비로숯침대 제공
9일 오후 소규모 제조업체가 밀집한 경남 김해시 칠산로의 신비로숯침대 본사. 820m² 크기의 공장에서는 대나무숯이 주재료인 침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마스크를 쓴 직원 2명이 대나무숯을 다른 재료와 혼합해 조심스럽게 압축기계에 넣었다. 약 2분 뒤 가로 24.3cm, 세로 23.3cm 크기의 숯타일이 1개씩 만들어지자 직원들이 차곡차곡 옮겨 쌓았다. 신비로숯침대 박종돈 대표(54)는 “공정이 워낙 복잡하고 정교해 하루에 침대 5개 정도만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비로숯침대는 국내산 대나무를 100% 사용한다. 대나무는 경남 거제시와 전남 담양군에서 가져온다. 주로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길이 10∼20m, 지름 20cm의 대나무를 사용한다. 국내 대나무 14종 가운데 가장 굵다. 미네랄 등 몸에 좋은 성분이 풍부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원적외선이 많이 나온다.

채취한 대나무는 경남 의령군의 창고에서 약 2개월간 건조과정을 거친다. 이어 어른 손바닥 절반 정도 크기로 자른 뒤 가마에 넣는다. 가마의 열을 27도에서 990도까지 서서히 끌어올리며 짧게는 18시간, 길게는 22시간 정도 굽는다.

박 대표는 “대나무를 1000도 가까운 열에 구우면 백탄이라는 숯이 나온다. 열전도율이 높을 뿐 아니라 원적외선 방출량도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백탄을 무기질로 만든 혼합재와 섞어 재가공을 거치면 숯타일로 재탄생한다. 침대 1개에는 숯타일 42장이 들어간다. 대나무숯으로 침대를 만드는 회사는 현재 신비로숯침대가 유일하다.

경남 김해시 신비로숯침대 본사 공장에서 한 직원이 침대에 들어갈 압축 대나무숯 타일을 쌓고 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경남 김해시 신비로숯침대 본사 공장에서 한 직원이 침대에 들어갈 압축 대나무숯 타일을 쌓고 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지금은 숯침대 전문가가 됐지만 원래 박 대표는 전기 기술자였다. 그가 1991년 김해시 진례면에 세운 세아테크는 전기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꾸준하게 성장하던 중소기업이었다. 당시 연간 매출은 50억 원 정도로, 그 역시 ‘잘나가는 CEO’로 불렸다. 하지만 2010년 거래처로부터 자금을 받지 못하면서 부도가 났다.

자포자기한 그에게 남은 희망은 오직 기술력뿐이었다. 그는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를 보고 불연재 소재 개발에 나섰고 이 기술을 대나무숯에 응용했다. 2005년 국립산림과학원과 공동으로 대나무를 고온에서 백탄으로 만든 뒤 압축해 숯타일을 만드는 기술을 연구 개발해 특허 등록에 성공했다. 2008년 ‘신비로숯침대’로 상표 등록을 마치고 이듬해 조달청 우수제품에 선정됐다.

이때만 해도 숯침대는 회사의 주력 상품이 아니어서 생산량도 적었다. 그러나 숯침대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고 ‘틈새시장’ 공략의 가능성이 커지자 2011년 박 대표는 상표명과 같은 이름으로 새롭게 회사를 열었다. 최근 열린 2015 담양세계대나무박람회에선 30대가량이 팔려나갔다. 현재 서울 대구 등지에 판매 대리점 11곳이 있다. 침대 가격은 300만∼700만 원대로 다양하다. 지난해부터 미국과 중국, 캐나다 등 해외에서도 주문이 들어온다.

박 대표는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의 2배인 10억 원가량으로 예상된다”며 “몸이 불편한 고객이 침대 덕분에 잘 잤다는 이야기를 할 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정성껏 만들어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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