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덴빈’과 ‘블라블라’는 바다에서 태어났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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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태풍/이지유 글·김이랑 그림/65쪽·11000원·웅진 주니어

형과 동생이 살고 있습니다. 덴빈과 블라블라입니다. 처음엔 귀엽기만 했던 동생이 바깥세상에 관심을 가지더니 형 곁을 떠나버렸습니다. 북쪽으로 간다는 말을 남기고 말입니다. 엄마가 등장합니다. 너도 북쪽 나라에 가서 큰 뜻을 펼치라네요. 북쪽 나라라니요. 바다에서 태어나 언제나 넉넉한 수증기를 먹고 사는 덴빈에게, 바다도 없고 수증기도 거의 없는 ‘땅’이라는 북쪽 나라는 공포의 대상입니다. 하지만 엄마의 부탁에 마음을 먹습니다. 그곳에 가면 사라질 운명이란 걸 알면서도 말이죠.

옛날이야기 속 영웅담 같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태풍’입니다. 태평양 한가운데서 생겨나 강풍과 폭우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녀석들 말입니다. 덴빈과 블라블라라는 이름은 2012년 우리나라에 온 태풍, 덴빈과 블라벤에서 따온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블라벤이 먼저 왔지만, 서열을 따지자면 덴빈이 사흘 먼저 만들어졌으니 형이라네요. 지은이는 이 사실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깜찍한 표지 그림과 달리 이 책은 과학책입니다. 태풍이 하는 일, 태풍이 만들어지는 과정, 지구 온도 유지에 태풍의 역할, 태풍을 중심으로 본 물의 순환 등을 정확히 알려줍니다. 그런데 알려주는 방법이 재미있습니다. 고집스러운 형, 진취적인 동생, 수다쟁이 갈매기 등이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내가 네 엄마라며 갑작스럽게 등장한 태양의 카리스마도 당당했습니다. 이들의 모습이 설득력 있는 것은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 때문입니다.

태풍이 온다고 하면 사람들은 걱정하지만, 안 와도 걱정인 게 태풍입니다. 지금 겪고 있는 가뭄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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