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영화-모바일 3단 공략… ‘조선마술사’는 크로스 콘텐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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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을 종이책으로 출간한 소설가 김탁환-기획자 이원태 씨

2인 창작의 시너지 효과를 묻자 김탁환 씨(왼쪽)와 이원태 씨는 “소설가는 구성과 캐릭터의 내면에, 기획자는 대중과의 접점에 초점을 맞춘다. 한쪽으로 쏠리기 쉬운 걸 다른 쪽이 보완한다”고 밝혔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인 창작의 시너지 효과를 묻자 김탁환 씨(왼쪽)와 이원태 씨는 “소설가는 구성과 캐릭터의 내면에, 기획자는 대중과의 접점에 초점을 맞춘다. 한쪽으로 쏠리기 쉬운 걸 다른 쪽이 보완한다”고 밝혔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유승호 고아라 주연의 영화 ‘조선마술사’가 다음 달 개봉을 앞두고 있다. 최근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에선 웹소설 ‘조선마술사’가 연재돼 한 달 동안 7만 뷰를 기록했다. 소설 ‘조선마술사’(민음사)가 이번 주 초 나왔다. 이야기의 원형은 하나다. 소설가 김탁환 씨(47)와 PD출신 기획자 이원태 씨(47)가 세운 창작집단 ‘원탁’의 작품이다. ‘조선마술사’는 조선시대 대중을 쥐락펴락하던 마술사 환희가 왕의 딸 청명과 위험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종이책 ‘조선마술사’가 출간된 10일 김 씨와 이 씨를 만났다. 조선에 마술사가 있다는 독특한 설정부터가 궁금했다. 》

▽김탁환=박지원의 ‘열하일기’ 중 ‘환희기’가 있다. 열하의 장터에서 본 마술을 기록한 건데 조선에 마술사가 있었다는 내용도 있다.

▽이원태=‘열하일기’를 보고 둘이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책은 물론 영화, 뮤지컬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로맨스 소설로 구상했는데 전작인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과는 다른 부담이 있었다. 난 남성적인 이야기에 강해서… 로맨스를 쓰려니 어찌나 오글거리던지.(웃음)

▽김=난 적성에 맞던데.(웃음) ‘조선마술사’는 여성 독자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퇴고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닌데, 이번 작품은 100번은 한 것 같다. 감정선을 섬세하게 건드리는 이야기를 만드는 게 도전이었다. 여성 독자들 반응도 좋더라.(웃음)

▽이=마술사가 임금과 독대하는 장면이 있다. 환희가 백성의 어려운 실상을 왕에게 전하는데 임금이 그 얘길 듣고는 달라진다. 이번 소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김=마술사는 공주를 깊이 사랑하지만, 공주는 청나라의 후궁으로 지목된다. 무기력한 지배층을 대신해 공주를 지키고자 하는 것은 비천한 마술사다. 판타지 소설이지만, 실제와 맞닿는 부분이 있을 수 있음을 얘기하고자 했다.

‘조선마술사’는 소설-영화-모바일로 ‘3단 공략’을 하는 이야기다. 두 사람은 콘텐츠의 기획 단계부터 다양한 활용을 염두에 뒀다. 마술이 펼쳐지는 무대인 ‘물랑루’는 파리의 ‘물랭루주’를 변용한 이름으로, 영화와 뮤지컬 무대를 떠올리면서 창조해 낸 공간이다(소설에는 환희의 매니저도 ‘마내자’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원 소스 멀티 유스의 대표적 사례고 ‘크로스 콘텐츠’인 셈이다. 2010년 쓴 시놉시스를 보고 영화사가 일찌감치 계약했다. 무엇보다 모바일 시도가 신선했다.

▽김=모바일용 원고를 새로 썼다. 기존 원고를 잘라 넣기만 해선 읽히질 않는다. 모바일은 리듬이 다르고 공간 감각 자체가 다르다. 묘사만 이어져선 안 된다. 짧은 한 페이지 안에 눈에 띄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이=이전까진 작품이 좋으니 영화도 만들고 드라마도 만드는 형식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플랫폼별 특징에 따라서 상품을 달리 만들어야 한다. 매체에 따라 수용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한국 작가들은 대개 웹소설 쓰면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한국에서 이야기 좋아하는 젊은 사람들이 다 모바일 보고 있더라. 영화나 모바일이 책과 적대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런 매체들을 통해 책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본다.

▽이=출판, 모바일, 영화 다 다른 시장이지만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통한다. 콘텐츠가 여러 분야로 확장되려면 무엇보다 재미나야 한다. 우리 이야기가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꿈을 꾼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조선마술사#김탁환#이원태#열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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