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힌 중국… 숨막힐 한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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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동북부 난방철 석탄 때자 최악 스모그… 겨울 한반도에 계속 영향 미칠듯
선양 초미세먼지 농도, 기준치 56배… 시민 “공기청정기 켜도 역겨울 지경”



8일부터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 지름 2.5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이하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 한반도 대기 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한층 높아졌다.
이번 중국 북부의 미세먼지 대부분은 북풍을 타고 베이징으로 내려가거나 아직까지 한국의 남서부에 비교적 약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겨울이 다가오면서 오염도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여 각별한 대비가 필요하다. 중국 북부뿐 아니라 중부 지역까지 본격적인 난방철에
접어들면 한국에서도 미세먼지 주의보를 수시로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환경 당국에 따르면 9일 랴오닝(遼寧) 성 최대 도시
선양(瀋陽)의 PM2.5 농도는 m³당 100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에 도달했고 일부 지역은 1400μg을
돌파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24시간 평균 25μg)의 56배에 이르는 것으로 중국 동북부 관측사상 역대 최고이다.
이날 선양은 유령도시처럼 변했다. 길거리 시민들은 마스크가 아닌 방독면을 뒤집어쓰고 다녔다. 도심 건물들은 윤곽조차 흐릿했으며
대낮인데도 가시거리가 10m도 미치지 못해 차량마다 전조등을 켜고 다녔다. 한 시민은 “짙은 안개 속을 걷는 느낌”이라고 했다.
랴오닝 성 정부는 선양과 다롄(大連) 등에 대기오염 최고 경보를 발령하고 일부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으며 노약자와 일반인 모두 외출
자제를 권고했다. 이틀 전인 7일엔 짙은 미세먼지와 안개가 합쳐진 스모그에 눈비까지 겹치는 악천후로 다롄국제공항 항공기
236편이 취소되기도 했다. 다만 10일에는 바람이 불어 선양의 오염도가 오후 한때 m³당 147μg까지 낮아졌다.
마스크로는 안돼 방독면까지 8일 중국 동북 랴오닝 성 선양 시의 거리가 미세먼지로 온통 희뿌연 가운데 한 시민이 
방독면을 쓰고 자전거로 이동하고 있다. 선양 시는 이튿날 초미세먼지 농도가 세계보건기구 기준치(24시간 평균 m³당 25μg)의 
56배가 넘을 정도로 심각해지자 일부 지역의 항공과 지상 교통을 통제하고 휴교령까지 내렸다. 겨울철 난방 연료에서 주로 발생하는 이
 먼지들은 서풍을 타고 한반도에도 밀려올 수 있다. 사진 출처 신징보
마스크로는 안돼 방독면까지 8일 중국 동북 랴오닝 성 선양 시의 거리가 미세먼지로 온통 희뿌연 가운데 한 시민이 방독면을 쓰고 자전거로 이동하고 있다. 선양 시는 이튿날 초미세먼지 농도가 세계보건기구 기준치(24시간 평균 m³당 25μg)의 56배가 넘을 정도로 심각해지자 일부 지역의 항공과 지상 교통을 통제하고 휴교령까지 내렸다. 겨울철 난방 연료에서 주로 발생하는 이 먼지들은 서풍을 타고 한반도에도 밀려올 수 있다. 사진 출처 신징보

▼ 중국發 스모그에 어제 충청-호남 미세먼지 급증 ▼

스모그 오염은 수도권에 그치지 않고 산둥(山東) 성과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에까지 퍼져 고속도로 곳곳이 폐쇄되기도 했으며, 중서부 닝샤후이(寧夏回)족 자치구 인촨(銀川) 등에서도 도로 교통이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중국중앙(CC)TV가 10일 보도했다.

중국 동북지방의 미세먼지는 이달 1일부터 난방 공급을 시작하면서 석탄으로 보일러를 돌리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수확을 끝낸 농촌 들판에서 곡식 짚을 태운 연기도 도시로 날아들어 자동차 매연과 섞이고 있다. 랴오닝 성 정부는 건설현장 작업과 각급 학교의 야외활동도 중단시켰으며 차량 통행 시간 제한도 검토 중이다.

동북 지방의 스모그까지 내려온 베이징은 9일 PM2.5 농도가 국제 기준치의 8배인 m³당 200μg을 기록했다. 10일 낮 베이징 시내에서는 100m 앞 건너편 건물이 짙은 안개 속에 희미하게 보였다. 한 시민은 “창문을 굳게 닫고 공기청정기를 켜 놓았는데도 스며 들어온 미세먼지 때문에 역겨움을 느낄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우마이(霧매)’라고 부르는 ‘중국판 스모그’는 이날 베이징 하늘을 덮어 대낮인데도 초저녁이 된 듯 어두웠다. 햇빛을 전혀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베이징 환경 당국은 바람이 없고 습도까지 높아 베이징의 스모그는 14일까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당국자는 “조만간 난방 공급이 시작된다”며 “앞으로 약 2개월간 공기 오염을 개선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대기 오염은 곧바로 서풍을 타고 날아와 불과 하루 이틀이면 한반도에 도달하기 때문에 올겨울 ‘중국발 스모그 비상’이 예고되고 있다. 실제로 10일 오전 한때 충북 청주의 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142μg까지 치솟는 등 충청과 호남지역의 농도가 ‘나쁨’(81∼150μg) 단계까지 올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서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농도가 다소 높아지겠다”고 예보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송창근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현재 바람의 방향 등 대기 흐름으로 볼 때 11일 오전에는 국내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이정은 기자
#중국#미세먼지#스모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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