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승 9단은 98로 밀어놓고 슬쩍 백 100으로 젖힌다. 이 수를 보고 무릎을 탁 쳤다면 고수라 할 만하다. 알맞은 곳에, 알맞은 시점에 등장한 응수타진이다. 흑이 100을 크게 품으려고 참고도 흑 1처럼 밖으로 받으면 백 12까지 중앙 흑 진에서 백이 훨훨 날개를 편다.
그래서 흑 101로 안에서 받을 수밖에 없다. 백 100만으로도 중앙 흑 진의 확장 잠재력이 크게 떨어졌다. 백은 중앙을 더이상 건드리지 않고 102, 104로 하변 실리부터 챙긴다. 얄미울 정도로 백의 행마가 경쾌하다.
중앙 경영이 사실상 무산된 흑은 뒤떨어진 실리를 챙기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한다.
그런데 흑 113과 115는 너무 끝내기에 집착한 것이 아닐까. 김승준 9단은 “흑이 버티는 장면이다. 양쪽 모두 백이 두면 선수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흑은 역끝내기(일반 끝내기의 2배)를 하고 백의 처분을 기다리는 것이다. 백이 잘 두면 지는 거고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그걸 노리겠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백도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백 114를 두고 116으로 우하 흑 진을 파괴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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