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취업 배아파 “죽이겠다”는 댓글 올린 20대 취준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8일 1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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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여자들 주소를 다 적고 있다. 일 그만두고 새벽에 찾아가겠다.”

지난달 20일 한 인터넷 사이트에 이런 댓글이 올라왔다. 한 인터넷 쇼핑 전문업체에 합격했다는 글이 올라오자 이를 기분 나빠한 천모 씨(24)가 올린 내용이다. 취업준비생 천 씨는 처음엔 이런 수준으로 시작했다가 자신을 비난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자 수위를 더 높였다. “(무거운) 물을 배달시키는 여자는 다 죽이겠다” “내 글을 다른 곳에 올린 사람을 찾아서 잔혹하게 죽이겠다”는 수준으로 강도가 세졌다.

이 글은 순식간에 다른 온라인 사이트로 퍼져나갔다. 해당 인터넷 쇼핑 업체 이용자들은 “불안하다”며 업체 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업체 측은 “신원을 알 수 없는 이가 쓴 악의적인 글이 고객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해당 회사가 법적 대응 하겠다는 소식을 들은 천 씨는 두려움에 지난달 24일 업체 콜센터로 전화를 걸어 잘못을 시인했다. 업체 측은 이틀 뒤 회사로 찾아온 천 씨를 경찰에 인계했다.

경찰 조사 결과 천 씨는 평범한 취업 준비생으로 해당 업체와 전혀 관계가 없는 인물이었다. 천 씨는 “전문대를 나와 계속 취업문을 두드렸지만 마땅한 직장을 찾지 못해 스트레스가 많았다”며 “취직 했다는 글이 올라온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배가 아파서 허위 댓글을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별 다른 생각 없이 글을 썼는데 일이 커져버렸다. 반성하고 있다”며 선처를 요구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천 씨를 업무방해,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입건해 최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8일 밝혔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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