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MLC 통해 인술(仁術) 전하는 신·췌장 이식의 권위자, 한덕종 교수

  • 입력 2015년 11월 4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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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편견과 오해를 많이 받았던 장기이식 분야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하며 의학적 지평을 넓혀온 의사. 신·췌장 이식의 최고 권위자 한덕종 교수는 오늘도 남들이 아직 걷지 못한 길을 스스로 불을 밝혀 나아가고 있다.


에디터 김수석 포토그래퍼 윤동길 촬영 협조 서울아산병원


“췌장이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벗고 당뇨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올바로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아직 당뇨의 치료에 있어 췌장이식에 대한 부분은 시기 상조라는 것이 보편적 생각이다. 하지만 최근 아산병원의 한덕종 교수가 당뇨환자를 대상으로 한 췌장이식이 300례를 돌파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

이에 에디터는 한 교수를 만나기 위해 서울 아산병원으로 향했다. 올해 정년을 마친 한 교수였지만, 그는 여전히 쉬지 않고 의학적인 연구와 노력을 지속하고 있었다.


이 시대의 명의들 MLC 통해 인술(仁術) 전해

한덕종 교수가 아산병원에서의 정년을 마치고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다. 바로 의료 지도자협의체 MLC(Medical Leaders Corporation)의 의장직을 맡음으로써 국내 각 분야의 명의들과 함께 인술을 전파하는 길을 닦아나가는 것이다.

성형외과 탁관철 교수(前 연세대), 신경과 이병인 교수(前 연세대), 안과 곽형우 교수(경희대), 치과 박준봉 교수(경희대), 정형외과 임홍철 교수(前 고려대), 산부인과 김정구 교수(서울대), 호흡기내과 김동순 교수(前 울산대 아산병원), 소아과 이종국 교수(前 인제의대), 응급의학과 임경수 교수(울산의대 아산병원), 신숭철 교수(前 멕시코대사), 정성교 대표(기업인), 주성민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이식외과교수 Peter Stock(샌프란시스코 의대), Dr. Kawai(일본 적십자병원), 행정팀 김영신 사무총장, 행정팀 안상민 사무국장 등의 인원이 한덕종 교수와 마음을 모았다.

“젊은 시절에는 해외의료봉사를 많이 다녔지만, 이제 우리 MLC 구성원들도 나이가 들었으니, 그와 함께 교육을 통한 국내외 의료 활동으로 나눔과 봉사에 동참하고자 해요. 젊은 의료진을 상대로 교육 및 컨퍼런스를 열어 의술을 전수할 예정입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그들에게 조력자 겸 리더가 되고자 합니다.”

축구선수가 선수생활을 마치고 코치나 감독으로 돌아서듯이, MLC(Medical Leader Corporation) 회원들도 후배양성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체력적으로는 쇠했다 하더라도 머릿속에는 그 어느 젊은 의사들보다 많은 경험과 정보들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MLC는 단기 자원봉사 의료서비스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보여주며 의료 교육 및 국제 협력과 개발도상국의 의료 교육서비스를 지원함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일 예정이다. 더불어 MLC는 국제 의료 지원 네트워크와 협력을 진행하여 국제 평화유지에 기여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MLC는 지난 9월 21일 정식적인 발단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췌장이식으로 당뇨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MLC를 이끌어나는 한덕종 교수가 전할 의학적 보고는 무엇보다 신·췌장 이식분야이다. 한 교수는 신·췌장 이식분야에 있어 명실상부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권위자다.

그는 1992년 처음으로 췌장이식에 성공했다. 이후 2005년 12월 국내 최초로 생체 췌장이식수술에, 2006년 3월에는 국내 최초로 ‘생체 신장·췌장 동시 이식수술’을 성공하며 이름을 떨쳤다. 그리고 올해 신장이식 4,000례를 돌파함과 동시에 아직 미개척분야라 여겨지는 췌장이식수술도 300례를 돌파했다.

“병원의 대형화와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신장이식은 어느 정도 보편화되었지만, 췌장 이식은 여전히 이식 분야의 미개척지로 분류되며 편견과 오해가 많은 분야입니다. 췌장이식 수술은 혈당 조절이 잘 안 되거나 만성신부전증 등 심각한 당뇨 합병증이 발생한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는 수술입니다.”

일단 걸리면 평생 고통받는 당뇨병.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망가지면서 신부전증, 당뇨병, 실명 위험과 같은 합병증의 고통 속에 끊임없이 약을 복용하거나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는 질환이다. 하지만 한 교수는 평생 동안 지속적으로 관리만 해야 하며 완치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당뇨병 치료에 췌장이식이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당뇨를 완치할 방법을 아는 것과 불치병이라고 생각하는 환자들의 차이를 좁혀야 합니다. 당뇨가 불치병이라는 인식이야말로 환자를 더 힘들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요? 하지만 아직 국내 의료계에는 췌장이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너무 깊이 박혀 있어요. 당뇨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올바른 정보를 얻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의사들이 나서서 길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췌장 이식수술에 거부감을 갖는 이유 중에 하나는 거부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 등 지속적인 관찰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교수는 최근 면역억제제의 개선 및 약제의 병합요법에 따라 수술 후 환자들이 겪는 문제점이 극소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즉 췌장이식 수술은 이식 후 관리가 동반되지만, 당뇨의 고통과 인슐린 치료를 겪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가진다는 것이다.

“당뇨병은 지속될수록 다양한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져 생존율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발생 초기 췌장이식수술을 통해 합병증을 막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실명의 경우 췌장이식을 받아 인슐린 수치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시력을 되돌릴 수 는 없지요. 초기 췌장 단독이식을 하면 당뇨병의 3대 합병증인 망막변성, 신경합병증, 자율신경계 이상을 겪기 전에 인슐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환자 생존율도 크게 높이는 것은 물론 나중에 신장이식을 따로 받아야 하는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습니다.”

서울 아산병원에서 췌장이식을 받은 당뇨병 환자 300명의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1년 생존율은 98%, 10년 생존율은 95.1%로 나타났다. 이는 췌장이식수술의 메카로 불리며 2,000례 이상의 세계 최다 수술을 자랑하는 미국 미네소타대병원의 97%(1년)를 넘어선다.

당뇨병 환자 10명 중 9명이 췌장이식 직후 인슐린주사를 끊었고 합병증 진행도 멎어 사실상 완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 수술 이후에는 면역억제제를 하루 2번복용하며 기타 의사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


환자 한 명 한 명을 내 가족과 같이

한덕종 교수는 환자 한 명 한 명과의 관계를 중요시한다. 췌장이식에 대해 의문을 품는 이들에게 한 교수가 하는 말은 수술을 받은 사람을 직접 만나보라는 것이다. 한 교수의 의술로 새로운 인생을 찾은 많은 이들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져 저마다의 경험을 나누고 있다.

연예기획자 일을 하는 남상우(69세) 씨 역시 치료가 어렵다는 담도암 판정을 받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왕성하게 사회생활을 하며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자택이 있는 옥수역에서 근무처인 KBS 별관까지 2시간 남짓한 거리를 걸어서 출퇴근한다. 그는 한 교수에게 담낭과 담도제거, 췌장 40% 제거 수술을 받았다.

“환자는 의사를 잘 만나야 하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정말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 한 교수님을 만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어요. 한 교수님은 의사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환자를 대해주세요. ‘당신과 나는 함께 가는 친구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셔서 의사의 진료를 믿고 최선을 다해 치료받을 수 있게 해주세요.”

남 씨가 수술 후 딱 한 번 급성 폐렴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도 한 교수는 한걸음에 달려와 남 씨의 응급조치를 했다. 한 교수는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20대처럼 밤샘 수술을 하고 회진을 돌며 환자들을 돌보고 모두가 퇴근길에 오르는 저녁 시간까지 외래에서 환자를 보고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판독실까지 직접 내려가 검사결과를 확인했다. 한 교수는 후배 의사들에게 귀감이며 의학발전의 영감이 되고 있다.

“늘 긴장해야 하고 늘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삶. 힘들기도 했지만, 후회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내게 주어진 삶이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는 알 수 없으나, 남은 시간 또한 지금까지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예상합니다. 부지런히 연구하고 더 노력해서 MLC를 통해 더 나은 의료기술을 전하고 싶습니다.”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amede.net), 취재 김수석 기자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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