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정상 가는길 체증 극심… 백록담 남벽 재개방해야 숨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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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직원 등 새 탐방로 답사

한라산 백록담 남벽과 남동쪽 능선. 한라산국립공원 직원과 자문위원 등이 새로운 탐방로 개설을 위해 답사 활동을 하고 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 백록담 남벽과 남동쪽 능선. 한라산국립공원 직원과 자문위원 등이 새로운 탐방로 개설을 위해 답사 활동을 하고 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지역이 유네스코(UNESCO)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등 자연과학 분야 3관왕을 달성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한라산에는 주말마다 탐방객이 넘쳐난다. 정상인 백록담을 오가는 유일한 탐방로인 성판악탐방로는 하루 최대 4500여 명이 몰리는 등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진달래밭대피소(해발 1500m)에서 정상에 이르는 2.3km 구간의 좁은 코스에서는 “오를 때는 앞사람 엉덩이, 내려갈 때는 앞사람 뒤통수만 봤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성판악탐방로 출발점인 안내소 주변 도로는 차량이 2km가량 길게 늘어선다. 대형차량과 승용차량이 서로 뒤엉켜 혼잡이 가중되고 있다.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보강하고 있지만 몰려드는 탐방객을 수용하기에 버거운 실정이고 쓰레기 발생량도 만만치 않다. 정상으로 가는 관음사탐방로 삼각봉대피소 주변에서 올 5월 발생한 낙석 사고로 인해 정상∼삼각봉대피소 2.7km 구간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면서 성판악탐방로 혼잡은 가중됐다.

○ 새로운 탐방로 답사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한라산국립공원 직원과 자문위원 등이 지난달 29일 새로운 탐방로 답사에 나섰다. 답사 현장은 돈내코탐방로 남벽분기점(해발 1600m)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남벽탐방로 구간 등이다. 이날 정상 주변은 간간이 진눈깨비가 날리는 가운데 참빗살나무, 섬매발톱나무의 열매가 단풍인 양 빨갛게 치장했다. 옅은 구름 사이로 서귀포 전경이 들어왔다. 길게 뻗은 서귀포항 방파제 주변으로 무인도인 범섬, 섶섬이 올망졸망이다.

남벽탐방로 0.7km는 1986년부터 1993년까지 등산객을 정상까지 안내한 코스다. 낙석, 암반 붕괴 등으로 탐방로 역할을 상실한 서북벽 구간을 대체하는 코스로 개발됐다가 남벽탐방로에서도 낙석 사고가 발생한 뒤 출입제한구역으로 묶였다. 이번 탐사에서 당시 돌계단 등 흔적을 직접 확인했다. 한라산국립공원 강만생 자문위원장은 “백록담 남벽에서 바라본 경관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 탐방객을 분산하고 최상의 경관을 보여주기 위해 남벽 주변 탐방로 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백록담 남벽 개방이 대안

남벽탐방로를 부활시키면 어리목, 영실, 돈내코, 성판악 탐방로가 서로 연결되면서 각각에서 정상 등산이 가능하다. 낙석 사고에 대비하는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면 탐방객 분산, 돈내코탐방로 활성화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제주지역 산악계는 남벽분기점에서 성판악탐방로 동릉(해발 1800m)까지 1.5km가량을 잇는 신규 코스를 제안했다. 신규 코스는 정상 등산의 새로운 묘미를 제공하지만 국립공원 계획 변경, 문화재 현상 변경 등 까다로운 행정 절차만 2, 3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한라산 탐방로는 1950, 60년대 제주지역 초기 산악인 주도로 만들어졌으며 1970년 한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현재 주요 탐방로는 어리목, 영실, 성판악, 관음사, 돈내코, 어승생악 등이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전체 탐방객 105만7070명 가운데 37.6%인 39만7407명이 성판악탐방로에 몰렸다. 한라산국립공원 김창조 관리사무소장은 “탐방객 분산을 위해 남벽 개방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실현 가능한 최적의 방안을 갖고 관계기관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탐방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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