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회담 이례적 배석한 이병기 실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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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정상회담]
주일대사때부터 위안부 물밑조율… 靑안팎 “조기타결 합의 1등공신”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2일 단독 정상회담에는 한일 양국에서 3명씩 배석했다. 한국 측에선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사진), 김규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일본 측에서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과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관방 부장관,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국(NSC) 국장이 배석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이 실장이었다. 외국 정상과의 단독회담에서 대통령비서실장이 배석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조기 타결을 가속화하기로 합의를 이끌어 내는 1등 공신으로 이 실장이 거론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 그동안 위안부 문제를 일본과 조율해 왔던 당사자여서 단독 정상회담에서 빠질 수 없기도 했다.

이 실장은 이 같은 자신의 역할을 부인하고 있지만 일본과의 막후 조율사로 거론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단독회담에 배석한 야치 국장이 이 실장과 위안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6월에 방한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요미우리신문은 당시 두 사람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물밑 접촉을 했지만 조정이 잘 안 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야치 국장은 아베 총리의 ‘외교 책사’로 불린다. 이 실장은 주일대사 시절부터 야치 국장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장이 국가정보원장 시절 일본 국가안보국 설립 과정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 실장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도 가깝다. 주일대사 시절 스가 장관과 거의 매달 점심을 같이하고, 한국대사관저에서 흉금을 터놓고 대화를 나누는 사이였다고 한다.

청와대에 이 실장이 취임한 뒤로 일본 정치인의 방문도 늘었다. 2월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일본 자민당 총무회장이 박 대통령을 예방한 데 이어 6월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일본 총리, 8월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일본 민주당 대표, 10월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일본 공명당 대표가 잇따라 청와대를 찾았다. 이 실장이 청와대에서 한일 관계 복원의 다리를 놓은 셈이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단독회담#이병기#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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