껄끄러운 상대서 윈윈 관계…MVP 다카하기와 서울 ‘묘한 인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2일 05시 45분


FC서울 다카하기 요지로. 스포츠동아DB
FC서울 다카하기 요지로. 스포츠동아DB
ACL조별리그 시드니 선수로 서울 발목
최 감독 구애로 서울행…첫 FA컵 우승


진가를 다시금 확인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절체절명의 단판 토너먼트 무대 마지막 승부. 전반 33분 통렬한 오른발 중거리 슛이 인천 유나이티드의 골망을 흔들었다. FC서울이 17년만의 FA컵 우승을 예감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일본인 미드필더 다카하기 요지로(29)는 FA컵 최우수선수(MVP) 자격을 얻었다.

6월 아시아쿼터로 계약기간 2년 6개월에 서울 유니폼을 입은 다카하기는 최용수 감독이 공들여 데려온 ‘작품’이다. 서울의 전성기를 이끈 하대성(베이징궈안), 고명진(알 라이안)이 해외로 떠나며 생긴 중원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고심하던 최 감독은 4월부터 다카하기에게 구애의 손짓을 보냈다.

사실 올 시즌 전반기만 해도 다카하기는 서울에 달갑지 않은 존재였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에서 뛰다 6개월 단기로 웨스턴 시드니(호주) 유니폼을 입은 그는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서울과 격돌했다. 넓은 시야와 영리하고 창의적 패싱력을 장착한 다카하기에게 서울은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서울은 3월 홈에서 0-0, 4월 원정에서 1-1로 웨스턴 시드니와 비겼고, 2경기 모두 풀타임을 뛴 다카하기의 능력은 출중했다. 결국 최 감독은 다카하기를 데려오기로 결심한 뒤 2개월여에 걸친 영입전에 나섰다. “일본 지인들을 통해 (다카하기 관련) 정보를 받았다. 축구 지능이 좋고, 순간적인 판단력이 높다. 우리 팀의 원활한 경기 운영에 필요해 데려왔다”는 것이 최 감독의 설명.

다카하기를 선택한 서울이나, 서울을 선택한 다카하기 모두 옳았음이 드러났다. 서울이 울산현대와의 FA컵 4강전에서 승리했을 때도 다카하기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또 한국, 일본, 호주를 통틀어 다카하기가 FA컵 타이틀을 손에 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카하기는 “최용수 감독의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한다. 적극적 소통으로 좋은 플레이가 많이 나온다. 내년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좋은 성과가 났으면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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