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해외건설, 금융도 잘하는 ‘팔방미인’ 키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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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지난 50년간 한국 건설업계는 해외 시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최근 미국 건설전문매체 ENR가 발표한 ‘2014년 세계 250대 건설기업 매출액 현황’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매출액 총합은 세계 5위 수준이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10위권 밖이었으나, 10년 새 매출 규모가 10배 이상으로 늘고 순위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이 같은 양적 성장만으로는 부족하다. 과거처럼 노력과 기술만으로 승부하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최근 해외 발주처들이 기술력과 자금 조달 능력을 동시에 갖춘 ‘팔방미인’ 기업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세계 투자개발형 건설사업 규모는 2004년 232억 달러(약 26조4480억 원)에서 2014년 1075억 달러(약 122조5500억 원)로 증가했다. 해외 건설시장에서 금융 경쟁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다. 8월 해외 건설 수주 지원차 이란을 방문했을 때도 이란 정부는 자신들의 인프라 사업에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하며 금융 투자를 강조했다. ‘장기적 비즈니스 협력’을 유지하기 위한 성공 요건으로 금융을 활용한 투자를 꼽은 것이다.

해외 건설시장의 패러다임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정부와 건설사, 금융회사가 협력해 해외 건설사업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우선 정부는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적인 역량을 키우는 데 지원을 집중할 것이다. 기업들이 금융 조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외건설촉진법을 개정해 민간자금의 해외 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했다. 세계은행 등 국제 금융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건설사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한국의 해외 건설은 전체 수주의 90%가량을 여전히 도급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설계·조달을 비롯해 프로젝트 발굴·기획, 금융 조달, 운영·보수(O&M)와 같은 고부가가치 영역에서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스웨덴 스칸스카 사는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시공 부문에서 나오지만, 영업이익의 30%는 개발 부문에서 얻고 있다. 도급공사 외에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금융회사들도 해외 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함께 더 적극적으로 투자 역량을 키워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한국투자공사와 함께 ‘코리아 해외 인프라 펀드(KOIF)’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 펀드는 한국 기업들을 해외 건설시장의 ‘팔방미인’으로 만들어주는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다. 인프라 개발·투자 전문가들이 유망 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금융투자와 연계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민간자금의 투자를 유도하고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해외 투자 역량도 함께 키울 생각이다. 이 펀드는 해외 국부펀드나 다자개발은행(MDB)과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 내는 촉매 역할도 할 것이다.

올해는 저유가 등의 영향으로 해외 건설 수주 실적이 예년보다 다소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약점을 보완하고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면 해외 건설이 창조경제를 이끌어 가는 주춧돌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 선배들이 땀과 노력, 열정으로 반세기 만에 세계 5위의 해외 건설 강국을 일군 것처럼, 다음 반세기에는 우리가 변화와 혁신으로 세계 건설시장을 선도해 가길 기대한다.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이슈&뷰스#해외건설#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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