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포경수술 안받으면 ‘가짜 사나이’?

  • 입력 2015년 10월 26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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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피 기능 밝혀지지 않았지만 제거시 성감 떨어진다는 보고
적어도 사춘기 이후 수술 여부 결정해야


흔히 한국에서는 ‘고래를 잡아야 진짜 남자’라는 인식이 강하다. 대한민국은 역사상 최단기간에 포경 1위 국가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 남성 4명중 한 명은 포경수술을 받았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태어나자마자, 초·중·고 시기에 포경수술을 받았다. 심한 경우 결혼 전에 장인어른과 목욕탕에 가는 게 민망하다는 이유 등으로 성인도 포경수술에 나서는 경우가 적잖다. 당연한 통과의례처럼 여겨졌다.

아무래도 포경수술은 청결한 위생관리를 목적으로 받기 마련이다. 포피가 귀두를 덮고 있다면 아무래도 냄새가 날 수 있고, 청결한 환경을 유지하는 데 불편한 게 사실이다. 만약 영유아기 귀두포피염을 앓았거나, 노인성 변화로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연령에 관계 없이 포경수술을 받는 게 좋다. 또 포피가 음경을 지나치게 꽉 조여 발기 시나 손으로 잡아당겼을 때에도 귀두부가 노출되지 않는 진성포경인 경우에도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방치하면 통증, 음경 성장 방해, 감염 등의 우려가 높다.
포피 끝이 좁은 감돈포경인 경우에도 림프액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음경 끝이 퉁퉁 부어오르기 쉬워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굳이 받지 않아도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포경수술의 여부가 ‘성감’ 문제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보고가 있어 더욱 신중해야 한다. 최근 성인이 돼 수술받은 남성 중 ‘수술 전후 성감이 다르다’며 포경수술을 후회하는 케이스가 종종 보고되고 있다. 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병원에 간 경우와 달리 성경험을 가진 뒤 차후에 포경수술을 받은 남성은 ‘괜히 받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잖다는 것이다.

직장인 안모 씨(32)는 “성인이 된 후 군대에 가기 전 주변 시선 때문에 포경수술을 받았는데 이전보다 성감이 무뎌진 듯하다”며 “대학 시절부터 만난 아내도 예전이 더 좋은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2013년 벨기에 겐트대병원 비뇨기과의 연구논문에서도 포경수술이 음경 민감도를 떨어뜨려 성행위 만족도, 음경 기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귀두포피는 중요한 성감조직으로 이를 함부로 제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전 포피를 지나치게 제거하면 성기발육을 저해하고 극단적인 경우 발기 시 모자란 포피 때문에 피부가 당기거나 통증이 느껴져 성감이 저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흔히 여성은 미용상 배우자의 귀두가 포피에 덮인 포경 상태 자체에 혐오감을 느낄 것으로 여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실제 포경수술하지 않은 남성과 잠자리를 가진 여성은 생각보다 ‘호’(好)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자신이 알고 있던 생김새와 다른 것에 놀라기는 했지만 발기 후 성기 모양은 수술한 남성과 크게 다르지 않아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는 입장이다. 관계 시 더 깊게 삽입되는 느낌이 들어 오히려 좋았다는 여성도 있었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근거는 없다.

사실 포피의 기능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간혹 포경수술로 포피를 제거하면 성감이 둔해져 조루증을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 남성이 있지만 이는 큰 연관이 없다. 물론 수술 후 귀두가 노출돼 어느 정도 외부 자극에 둔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수술 유무에 따라 사정 시간이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조루 증상을 가진 남성이 수술로 귀두의 표피를 제거한다고 사정 시간이 길어지지 않는다. 포경수술을 받지 않았지만 조루 증상이 없는 남성도 많아 이 역시 오해다.

국내 비뇨기과계는 웬만하면 수술받는 게 좋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시기’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 남아는 대개 태어나자마자, 혹은 초등학교 입학 전후로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너무 이른 나이에 포경수술을 하면 음경의 성장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 특히 출생 직후의 포경수술은 정서발달에 영향을 미쳐 아이의 행동이 폭력적일 수 있다고 경고하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설현욱 서울성의학클리닉의원 원장은 “발육이 완료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수술받는 것보다 어느 정도 성장이 이뤄진 후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며 “1999년 미국 소아과학회는 신생아 포경수술은 반드시 해야 하는 수술이 아니라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고 말했다.

정상적으로 성장한 만 3세쯤 소아는 약 70%에서 포피가 귀두를 다 드러낼 만큼 젖혀진다. 하지만 이같이 되지 않는 상태가 ‘포경’이며 이는 정상적이다. 성장주기를 고려하면 음경, 특히 귀두를 덮는 포피는 충분해야 한다.

2차 성징으로 남성호르몬 수치가 높아지며 성기 해면체는 발육되고, 호르몬의 영향을 덜 받는 포피는 상대적으로 덜 자란다. 이때 귀두를 덮던 포피는 자연스레 벗겨지는 게 자연스러운 남성의 성기 발육 과정이다. 너무 일찍 포피를 잘라내버린 경우 이 과정에서 성기 발육에 비해 포피가 비정상적으로 모자라게 된다.

따라서 2차 성징 후 성기발육이 마무리되면 상당수는 자연히 포경이 사라질 수 있으니 기다리는 게 우선이다.

최근 포경수술을 받는 환자 비율은 줄어드는 추세다. ‘무작정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 사라지고 이를 개인의 선택으로 보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서다. 한국의 경우 2000년 75.7%에서 2012년 25.5%로 감소했다.

현재 전세계 남성의 20~25% 정도가 포경수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류에게 필수적인 시술이라면 당연히 전 세계에서 이뤄져야 하지만 주로 이스라엘, 이슬람 국가 일부, 서구선진국의 경우 미국 정도에서 활발한 편이다. 미국도 포경수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확산되면서 신생아 포경 수술률이 떨어지고 있다.

설 원장은 “포경수술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나 한국 남성은 미적 개선을 위해 포경수술을 받는 경우도 상당수”라며 “과거 국내서 포경수술이 다소 과장되게 이뤄진 것은 사실이지만 포피를 제거한다고 성감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어불성설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취재 = 정희원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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